‘기이현상청 사건일지’는 기이들에 엮인 사건을 처리하는 기이현상청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연작 소설이다.

표지

연작 소설이라는 말은, 이 책에 담긴 다섯개의 에피소드가 개별 단편으로 봐도 무관할만큼 연결점이 낮다는 말이다. 연작 소설중에는 큰 이야기를 나누었다가 조각모음을 하듯이 합체시키는 것도 있기는 하다만, 이 소설은 그런 구성을 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생기는 단점 중 하나는 한 이야기에서 부족해 보이는 설명 등이 다른 이야기를 통해 보충되거나 하지 않는다는 거다. 작가는 기이현상청을 굉장히 느슨하게 설정했고, 거기서 다루는 존재들이나 등장인물 역시 별로 세밀하게 묘사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렇다보니 때때로 비거나 허술한 듯한 곳이 보이기도 하며, 그것이 이야기가 좀 덜 명료하다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이는 조금 다르게 말하면, 딱히 심각하고 무게감 있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기도 하다. 처절한 한이라던가, 복수, 찐득한 느와르 같은 것은 커녕, 오히려 충분히 심각할 수 있는 상황이나 사연도 그저 그렇게 뭐 어떠냐는 식으로 넘겨버림으로써 가볍게 읽을 수 있게 한다.

그런가하면 현대 한국 사회의 문제를 여럿 집어넣기도 했는데, 꽤나 현실적인 사회문제와 심각할만한 사건성이 갖는 무거움과 그것이 가볍게 다뤄지는 이야기 전개의 가벼움이 완전히 섞이지 않고 조금 층지는 느낌도 있다. 그래서 만약 소설을 일종의 코믹한 퇴마물로 읽는다면 이런 요소들은 오히려 불필요한 무거움처럼 보이기도 한다.

소재가 소재이다보니 몇몇 부분은 기존작을 연상케 하기도 한다만, 그것을 한국이라는 테마에 잘 버무려내 나름 개성적이고, 끝까지 세계관을 뻔뻔하게 들이미는 것도 개인적으로는 마음에 들어서 꽤 재미 있었다.

이 리뷰는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