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관식 문제’는 학교를 배경으로 한 아홉편의 미스터리를 엮은 단편 소설집이다.

표지

시작이 꽤나 좋았다. 나름 논리적인 사고가 바탕에 깔려있을거라 기대할 수 있는 수학선생과 그가 재직하는 고등학교, 그리고 그곳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사건들을 다루는 이야기가 꽤 재미있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물론 기대할만한 캐릭터성도 있었다. 앞서 얘기한 수학 선생은 물론 그와 친밀한 관계가 있는 경찰은 이 둘을 중심으로 한 버디물을 기대할만도 했다.

그러나 작가는 그런 쉬운, 이미 여러차례 만들어진바 있어 왕도라 할만한, 이야기 전개를 취하지 않았다. 대신 W여자고등학교라는 배경만을 유지한채 때론 그곳에 재직중인 교직원을, 때론 그곳에 재학중인 학생들을 주인공으로 삼아 이야기를 써냈으며, 가끔은 학교와 연관이 있지만 조금은 거리가 있는 사람들까지로 범위를 넓히며 단지 유사한 배경하에서 벌어지는 미스터리를 보여주는 데에만 집중했다.

심지어 그렇게 써낸 이야기들이 모두 추리 미스터리인 것도 아니다. 모두 미스터리라는 범주에 들어있는 것은 사실이나 그게 일종의 트릭을 이용한 두뇌게임을 보여준다기 보다는 다분히 사회적인 면모를 비추는 게 많기 때문이다. 미스터리라는 장르를 한꺼풀 벗겨내고 보면, 사실상 사회소설에 더 가까워 보인다는 말이다.

그래서 이 소설집은 마냥 재미있게 읽히지만은 않는다. 일단은 미스터리란 형식을 취하고 있는 만큼 독자의 허를 찌르는 반전이랄까 트릭같은 것을 보여주기도 한다만 그보다는 사회의 불합리함으로 인해 벌어질 수 있는 범죄와 그것에 손쉽게 빠져버릴 수 있는 인간군상을 그린 것이 더 크다.

짧은 이야기속에 그것들을 담아내려 하다보니 등장인물들이 너무 손쉽게 급발진하는 듯한 모습도 보여 그렇게 현실성이 뛰어난 느낌은 아니다만 한편으론 그게 주위의 평범한 사람들도 얼마든지 사소한 계기만으로 범죄의 유혹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기도 했다.

결론적으로는 꽤 볼만한 미스터리 소설집이었다. 하지만, 기껏 만들어질 수 있었던 시리즈물로서의 왕도를 걷어차버린 것은 좀 아까웠고, 미스터리물로서 트릭이나 묘사, 그리고 그걸 마땅하게 받아들일만한 전개가 부족했던 것도 좀 아쉬웠다.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