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철 헹(Rachel Heng)’ ‘수이사이드 클럽(Suicide Club)’은 과학 발전에 따라 얻게된 영생을 소재로 과연 무엇이 옳은가를 생각해보게 하는 소설이다.

표지

영생은 오랫동안 인간들이 품어왔던 숙원 중 하나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게, 인간은 생각보다 나약해서 쉽게 죽어버리기 때문이다. 그러니 좀처럼 죽지 않는 튼튼함이나 오랜 수명을 바라게 되는 건 어찌보면 당연한 얘기다.

저자는 그걸 유전자와 대체 장기, 그리고 신체 관리를 이용해 꽤 그럴듯하게 보여준다. 신체 일부가 약해 오래 살기 힘든 사람이 있다면 그 부분을 보완해주면 된다. 인간이라는 종이 현재 오랜 생을 사는데에 한계가 있는 것은 돌연변이와 같은 생물학적인 변화를 통해 풀어낸다. 지금은 아직 아니지만, 더욱 발달한 과학 기술이 있다면 어쩌면 그것을 분별해 고정하고 더욱 발전하는 것은 쉬운 일일지도 모른다. 부족한 영양은 채우고, 몸에 해가되는 담배나 육류를 절제한다면 효과는 더 커질 것이다. 그렇게 조금씩 약한 인간을 보완하고 상태 유지를 위해 생활을 절제한다면 언젠간 200세, 300세를 넘어 영생도 가능하지 않을까.

소설은 그런 시대가 금방이라도 다가올 것 같은 시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영생을 위한 시술을 받고 싶어 애를 쓰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그것은 잘못된 것이라며 반항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들은 건강관리에 반항해 몸에 나쁜 고 콜레스테롤 음식을 먹고 향락을 즐기며 스스로를 자조적으로 ‘자살 클럽’이라고 부른다. 최종적으로는 약물 등을 이용해 정말로 생을 끝내기도 한다. 그리고 그걸 비디오로 녹화하여 사람들에게 자신의 주장을 전파한다.

소설은 처음부터 저자의 관점이 꽤 강하게 드러나는 편이다. 영생이란 건 생각보다 좋지 않을 거라는 거다. 반대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사실 이건 꽤나 대중적인 생각이라서 이상하지도 않고 또한 그리 신선하지도 않다.

그래도 칭찬할만한 것은 그것을 여러 관점에서 생각해보게 이야기를 풀어냈다는 거다. 뇌사나 안락사, 운동이나 다이어트같은 신체 관리 등 현대의 논란들을 담은 것도 그렇고, 영생과 자살 양쪽 진영으로 분명하게 갈려있는 것 같지만 의외로 또 그렇지가 않아서 더욱 무엇이 옳고 중요한가를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

소재와 메시지를 다루어낸 솜씨가 꽤 좋다.

다만, 이야기는 꼭 좋지만은 않았는데, 왜 굳이 그런 설정을 덧붙인건지 의아해서 걸리는 부분이 있었기 때문이다. 몇몇 전개와 연결되기도 한다만 그렇다고 그게 그렇게 의미가 있어보이지도 않았고, 괜히 등장인물만 이상한 사람처럼 보이게 했다.

번역도 조금 아쉬웠다. ‘라이퍼’ 같은 용어를 단순히 독음해논게 잘 와닿지 않아서다. 원문 병기를 하던가 주석이라도 달았으면 어땠을까.

너무 여러번 틀려서 오타가 아닌 줄 알았는데, 사실은 오타였던 것도 있었다. 갑자기 다른 사람이 나온 건지 알고 깜짝 놀랐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