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쿠라 츠요시(さくら 剛)’의 ‘인간과 좀비의 목숨을 건 철학 수업: 철학으로 구원받는 난 이 빌어먹을 세상에서 한번 살아보기로 했다((推定3000歳の)ゾンビの哲学に救われた僕(底辺)は、クソッタレな世界をもう一度、生きることにした。)’는 서양철학을 가볍고 유쾌한 이야기로 담아낸 책이다.

표지

철학은 어렵다. 대게 확실하게 답이라 할만한 게 없는 문제들을 다루기 때문이다. 적어도 현재의 우리가 철학이라고 하는 것들은 그렇다.

본디 철학은 세상의 진리를 찾기위한 거의 모든 것들을 다루는 학문이었다. 그 중에서 월등한 성취를 이룬 것들은 철학에서 졸업해 별개의 학문으로 자리를 잡았는데, 현재 우리가 세상을 아는데 큰 도움을 주는 수학과 과학이 그러한 것들이다.

그렇다보니 현재의 철학에는 썩 유용할 것 같지 않은 것들만이 남게 됐다. 인간의 존재의의나 인생의 목적, 정의란 무엇인가 하는 것들 말이다. 물론 오랫동안 숙고해온 것이다보니 생각이 거듭되면서 여러 이론들을 나오기도 했는데, (졸업 하지 못했다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여전히 답을 낼만한 큰 진전은 없으며, 얼핏 그럴듯해 보이더라도 근거가 빈약하여 손쉽게 뒤엎지기도 한다.

심지어 철학자들에겐 묘한 자만심같은게 있어서, 좀처럼 자기 생각을 쉽게 얘기하는 법도 없었다.

그러니 굳이 그런 허영에 가득한 문장을 해독해가며 이미 여러번 뒤엎어졌고 앞으로도 더욱 비판받을 옛 철학 이론들을 굳이 공부하겠다는 사람이 없는 것도 이해가 간다.

하지만, 오랫동안 숙고해서 정리하고, 제자들에 의해 발전되고 다듬어진 것인만큼 좋은 내용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비록 세상의 진실을 밝혀내는데는 이르지 못했지만, 인생을 대하는데 있어서는 유용한 가르침을 준다는 얘기다.

그래서 이 책은 재미있는 설정과 이야기에 철학의 대표 이론들을 평이한 말로 풀어 담아, 가볍게 보면서 쉽게 이해할 수 있게 구성했다.

우연히 자살명소에서 사진을 찍다가 좀비와 만나는 사건을 겪은 후, 사고하는 좀비 ‘철학 좀비’로 부터 철학 수업을 받게 된다는 설정부터가 재미있는데, 등장인물들의 개성이 뚜렷하고 서로 합도 잘 맞아 재미가 더욱 배가된다. 그림 하나없이 글로만 쓰인 책인데도, 마치 코미디 만화를 보는 것 같다. 주인공인 히로 개인의 이야기가 일상처럼 흐르다가 좀비들을 만나면 갑자기 꽁트처럼 변하며 철학수업이 시작되는데, 그런 구성도 책 전체를 놓고 보면 꽤나 의미있고 괜찮은 구성이 아니었나 싶다.

당연히 이야기도 좋았다. 이런 책 중에는 단지 철학 얘기만 하지 않으려고 이야기를 어거지로 갖다붙여 어색하고 어긋나는 느낌을 주는 것도 많은데, 좀비 설정부터 꽤나 공을 들인데다 시작부터 끝까지 이어지는 흐름이나 그 사이의 복선들도 괜찮아서 다 읽고나면 절로 작은 감탄도 자아내게 한다.

이 책의 목적인 철학도 잘 전달한다. 답이 없는 문제들을 다루는 것이라서 뭔가 똑부러지게 결론 나는게 없다는 게 조금 아쉽기도 하지만, 현실의 것들에 비유해 설명을 굉장히 잘 한데다, 히로를 통해 활용예까지 보이는 등 내용도 충실한 편이다.

철학에 대해 알고 싶지만 너무 어려워 섣불리 다가가지 못했던 사람이라면, 처음 철학의 문을 여는 책으로 한번 봐보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