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옌롄커(阎连科)’의 ‘그해 여름 끝(夏日落)’은 무려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는 저자의 대표 소설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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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에서 벌어지는 이야기, 그것도 총기 사건을 주요 소재로 한 이야기라고? 심지어 금서로까지 지정되어 판매가 금지되고 저자는 갖혀서 반성문을 쓰는 나날을 보내기도 했다고? 다 표제작인 ‘그해 여름 끝’과 관련된 일화다.

이것들만 들어보면 마치 해당 소설은 대단한 문제작이라던가, 중국 군대에 대한 더러운 뒷면을 파헤쳐 담은 것, 그것도 아니면 적어도 군이나 군대에 대한 날선 비판이라도 담겨있을 것 같지만 정작 소설을 보면서 그런 느낌은 거의 받을 수 없다.

물론 군대 내의 비리를 연상케 하는 것들도 있기에 그게 그러한 면모를 담고있는 것이 아니냐고 할 수도 있겠다만, 군인이라고 해서 성인군자도 아니고 그들이 벌이는 소위 지연이나 뒷구녕을 이용해 하는 짓거리들은 사회에서 벌어지는 것들에 비하면 귀여운 수준이라 엄청 비판적이어 보이지는 않는다. 그래서 소설을 다 읽고 나서도 끝끝내 ‘어째서 금서로?’라는 의문이 사라지지 않는데, 그만큼 중국 출판계가 얼마나 엄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게 아닌가 싶다. 군인들을 영웅시하지 않거나, 그놈의 중화사상에 쩔어있는 선전물 성격이 엿보이지 않는다고 금서가 된거니까 말이다.

소설은 저자가 ‘한국어판 서문’에서도 밝힌 것처럼 어디까지나 인간의 이야기를 큰 과장없이 담은 것에 가깝다. 개인적인 이득을 위해 움직이는 것이나, 도덕적이지 않은 것에 마음이 동하는 것도 그렇고, 오랫동안 끈끈해진 우정같다가도 한순간에 배신하는 모습이라던가, 적당한 체념과 자기합리화를 보이는 것 등이 모두 그렇다.

그래서 (군대라는 특수한 곳을 배경으로 한 만큼) 여러면에서 낯선 부분이 많기도 하지만, 또한 그만큼 익숙하고 쉽게 공감할만한 이야기를 보여주기도 한다.

이 리뷰는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