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에게 사면초가’는 어느 날 평범한 여고생에게 찾아온 네쌍둥이와의 로맨스를 그린 만화다.

표지

일본에는 ‘모테키(モテ期)’란 말이 있다. ‘인기있다’(モテる)’와 ‘시기(時期)’가 합쳐진 이 말은, 인생에서 유독 인기가 절정인 시기를 의미한다. 전용 용어가 생길 정도로 재미있는 이 설정은 특히 로맨틱 코미디에서 자주 활용되는데, 이 만화도 그렇다.

단지, 특이한 점이 있다면 하필 그 인기있는 상대가 네쌍둥이라는 거다. 심지어 그 네명은 각자의 캐릭터가 워낙에 독특해서 좀처럼 쉽게 마음을 주는게 어려울 정도다. 작가는 이걸 마치 ‘컨셉 놀이’처럼 가볍게 다뤘는데, 그게 코미디와의 시너지와도 잘 맞고, 또한 끝까지 그런 컨셉을 나름 잘 살리기도 했기 때문에 인물들의 과한 행동에도 거부감이 들기보다는 은근히 웃음이 나게 한다.

작가는 아마 이게 첫 작품인 걸로 아는데, 그런 점에서 4컷이란 형태를 채용한 것도 꽤 잘한 듯하다. 짤막한 이야기가 이어지는 4컷의 특성상, 이야기 사이 사이에 조금씩 있을 수 있는 공백이나 부족한 면이 그럭저럭 잘 용서가 되기 때문이다. 주요한 내용과 소소한 반전이 자아내는 웃음 만으로도 충분히 이야기를 잘 이끌어갈 수 있다는 말이다. 실제로 몇몇 부분에서는 설명이 좀 부족한 느낌도 있었으나, 그것들도 이런 특징들 때문에 크게 단점으로 부각되지는 않았다.

주요 캐릭터 6명의 처리를 나름 깔끔하게 한 것도 마음에 든다. 그렇게 많은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여러명이 나와서 엮이는 로맨스를 그리다보면 어느 순간 방치되어 존재감이 약해지다가 은근슬쩍 사라져버리는 캐릭터도 나오곤 하는데, 마치 처음부터 전체 플롯을 어느정도 생각해둔 듯 각자를 다루는 게 꽤 괜찮았다.

코미디를 기본으로 하지만, 중간 중간 진중한 이야기를 통해 내보이는 인물의 심리묘사도 좋다. 이건 작품 전체에 깔려있는 코미디 때문에 더 돋보였는데, 조금 무겁긴 하지만 그렇다고 과중하게 내리 깔지 않는 것도 맘에 들었다.

다만, 단행본의 편집은 조금 아쉽다. 4컷 형태라고는 하나, 애초에 웹툰 연재 당시 출판을 전재로 그린 것이 아니었고, 그래서 각 컷도 스크롤방식에만 맞춰져 있었기에, 단행본은 생각보다 여백이 많이 눈에 띈다. 일부 컷을 겹치거나 중요 컷을 크게 하는 등 조절하긴 했지만, 그래도 컷 분할까지 새로 한 것은 아니었기에 근본적인 차이는 해결할 수 없었던 것 같다.

이야기는 꽤 만족스럽다. 초보 작가의 첫작품이라는 걸 생각하면 더 그렇다. 과연 연재 당시 높은 평점과 인기를 받았을만 하다는 생각도 든다. 분량도 2권 완결로 많지 않으니, 깔끔한 로맨스 물을 원한다면 가볍게 볼만한 작품으로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