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멸로부터의 생존자들’은 갑자기 닥친 미지의 재난을 헤쳐나가는 인간들의 이야기를 그린 SF 소설이다.

표지

생각보다 낯익은 소설이다. 나름 대중적인 장르인 전형적인 아포칼립스물이기도하고 갑작스럽게 전지구적으로 변화가 불어닥친다는 것이나 군인(또는 그에 준하는 집단)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해나가는 것도 꽤 익숙한 구성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칫 식상하지는 않을까 걱정스럽게도 했는데 생각보다 볼만했다. 전문적인 밀리터리물은 아니지만 군인들을 중심으로 한 이야기도 의외로 나쁘지 않았으며, 둘로 나뉘었던 진영이 공존해야하는 상황을 통해 미묘한 긴장감을 지속하는 것도 좋았다. 어쩌면 전세계적으로 유일하게 정전중인 분단국가라는 것을 그대로 투영한것이 의외로 잘 와닿아서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다.

여러 등장인물들이 나오고 퇴장하기 때문에 조금 어지러운 점도 있지만, 그들의 이야기에는 나라면 어떨까 하며 생각해보게 하는 흥미로움도 있고 그 속에 있는 드라마 역시 나름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있어서,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었다.

그러나 공감할 수 없는 부분도 상당히 있었는데, 작가가 한 이야기를 진득하니 풀어낸게 아니라 여러 이야기를 같이하다보니 개별 이야기로서는 서사가 부족한 것들도 생겼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개연성이 부족해졌다는 말이다. 그래서 등장인물들의 상황이나 행동을 공감할 수 없을 때도 많다.

문제는 이런 점이 전체 구성에서도 보인다는 거다. 소설은 크게 두번 널뛰기를 한다. 한번은 세계관 설정에서 본격적인 이야기로 들어갈 때이고, 다른 한번은 이야기에서 마무리와 메시지로 넘어갈 때다. 이 사이의 간극은 상당히 큰데 책에는 이를 마땅하게 받아들일만한 설명이 없다시피 하기 때문에 일이 너무 급작스럽게 또는 말도 안되게 진행된다는 느낌을 받는다.

특히 마지막 부분이 그렇다. 앞뒤가 안맞는 부분도 있는데다 개연성이나 핍진성도 없어서 이제까지의 이야기는 대체 뭐였나 싶은 생각까지 든다. 당연히 저자가 본디 하고 싶어했던 소통에 관한 이야기도 전혀 와닿지를 않는다. 애초에 그런 상황 자체가 공감이 가지 않는데, 그 와중에 쌓이는 의견이나 이야기가 유의미해 보이기는 어려운 것 아니겠는가.

비록 의문을 남기는 설정으로 시작했지만 그래도 거기서 연결되는 이야기는 나름 볼만했는데, 그 끝이 다소 황당하고 허한 것이어서 아쉽다. 이야기는 이야기대로, 메시지는 메시지대로 날라간 것 같아서 더 그렇다. 한쪽만이라도 집중해서 살려보는 건 어땠을까.

내용 외적으로, 이상한 문장이 많은 것도 안좋았는데, 단순히 오타라고 치기에는 좀처럼 한국어 같지 않은 것들도 있었기에 분명히 단점으로 꼽을 만하다.

이 리뷰는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