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에이스는 유니폼이 없다’는 전직 야구 기자가 한 야구단의 단장 직속 에이스팀, 일명 ‘고충처리반’을 맡으면서 야구단의 각종 사건들을 처리해 나가는 미스터리 소설이다.

표지

이 소설은 처음부터 추리소설 작가 최혁곤이 야구 전문 기자 이용균과 합심해서 썼다는 것에서 관심을 끈다. 이제까지의 야구 미스터리라 하면, 대부분 야구 선수나 야구장 등 야구를 소재로 한 미스터리가 대부분이었기 떄문이다. 그에비해 이 소설은 조금 과하지 않나 싶을 정도로 야구 이야기를 많이한다. 그러니 만약 독자가 평소 야구에 관심이 있고, 그래서 각종 지식을 갖고있던 사람이 아니라면, 책의 한 1/3 정도는 ‘뭔소린지’하며 넘어가게 될지도 모른다. 이 정도면 작가가 얼마나 야구를 사랑하고 관심이 많은지 따로 말 안해도 알 것같다.

다만, 그래서 좀 대중적이지는 않은거 아닌가 싶기도 하다. 영화 ‘머니볼(Moneyball, 2011)’같은 야구 이야기도 꽤 재미있게 봤었는데, 그 때도 이 책처럼 너무 깊고 어려운 얘기가 많은거 아닌가 하는 생각은 안들었었으니 말이다. 분량과 정도를 조금만 줄였으면 어땠을까 싶다. 한 3~40% 정도로 말이다.

이렇게 야구 얘기를 많이 했으니, 그렇다면 미스터리는 소홀하냐. 그게 또 그렇지는 않다. 사소한 힌트들을 놓치지 않고 기억했다가 어긋나는 것을 간파해 진실을 규명해 나가는 점은 확실히 제대로 된 추리 미스터리라 할만하다. 이게 이 소설의 장점이다. 둘이 반반 정도로 서로 분량을 차지하면서도, 꽤 잘 섞여있다는거다. (그런 의미에서 제목도 ‘야구와 미스터리의 진정한 만남’라고 했다.)

재미면에서도 나쁘지 않다. 개인적으로 야구 이야기에 골머리가 아프기는 했지만, 다소 지나치게 개성적으로 그려진 캐릭터들도 나름 매력적이고, 이야기도 흥미롭고, 전체적으로 괜찮았다.

물론, 이야기 전개가 전부 맘에 들었던 것은 아니다. 예를 들면, 정보를 거의 공개하지 않다가 ‘역시 그건가’ 하고나서 썰을 푸는 게 그렇다. 그 전에 은근히 떡밥을 풀어놓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나중에 나오는 것들까지 예상할 수 있는것은 아니어서 ‘뭐야, 그런 뒷 배경이 있었어?’라는 느낌을 꽤 받았다. 이런 ‘등장인물들 끼리만 아는 정보’가 있는게 나는 마뜩잖았다. 앞에서 떡밥을 풀을 때 적당히 얘기를 할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 순서를 조금만 더 고민해보지 싶더라.

덧붙여, 소설을 읽으면서 계속 ‘만화나 드라마 였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글보다 그림이나 영상으로 보는게 더 좋을것 같은 장면이 있어서다. 기껏 캐릭터도 만들어서 표지를 그렸는데1, 삽화라도 좀 넣어주지 싶은 아쉬움도 남았다.

주 캐릭터 3인

아, 그래서 별로냐고? 그건 아니지. 다만, 개인적으로는 작가의 다음 작품이 더 기대된다. 또 야구 얘기를 써도 좋고, 다른 스포츠 미스터리 소설을 써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