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시 예드로프스키(Tomasz Jedrowski)’의 ‘어둠 속에서 헤엄치기(Swimming in the Dark)’는 1980년 초 폴란드를 배경으로 한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 퀴어 소설이다.

표지

제목이 참 내용을 함축적으로 잘 담고있다.

당시의 폴란드는 뒤틀린 사회주의 속에서 어떻게보면 썩어가고 있는 상태였다. 대게의 사회주의 국가들이 그러하듯 폴란드 역시 강제 노역과 억압, 그리고 불평등이 있었는데 주인공도 성장하면서 그것들을 겪으며 의문스럽게 생각해왔던터라 일종의 변화에 대한 욕구가, 다르게는 탈출에 대한 욕구가 있었다. 이런 앞이 보이지않는 시기적인 암울함이 주인공이 겪어내야 했던 한가지 어둠이다.

다른 하나는 주인공인 ‘루드비크’가 퀴어라는 거다. 루드비크는 생각보다 일찍부터 자신의 성향을 눈치챘으며, 꽤나 운좋게도 함께 하고 싶은 사람과도 자연스럽게 만나게 된다. 그러나, 그와의 만남이 그렇게 평탄하게만 흘러가지는 않는다. 당시는 단지 성소수자에 대해 우호적이지 않았을 뿐 아니라 자칫하면 정부로부터 찍힐 수도 있어 반드시 조심스럽게 감추어야만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성향은 물론 관계 역시 철저히 숨기고 때론 다름을 내세우기도 해야 했는데, 그것이 주인공에게 지속적으로 미래없음을 생각하게 만든다.

소설에는 생각보다 당시 사회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들어있다. 게다가 주인공이 사회에 비판적인 입장이며 소소하나마 직접 행동에 나서기도 하기 때문에 때로는 이 소설이 퀴어 소설이 아니라 퀴어가 등장하는 사회소설인가 싶기도 하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주인공을 시련에 빠지게 만들고 또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하는 배경이자 발화점일 뿐, 비중에 비하면 그것 자체가 그렇게 주요하게 거론되거나 하는 것은 아니다.

주는 어디까지나 주인공들의 사랑이다. 저자는 그들이 자신의 성향을 쉽게 드러낼 수 없는 사회환경 속에 빠져서 살아남기 위해 허우적대며 무엇을 바라고 또 선택하는가를 그림으로써 당시의 암울함과 청춘의 씁쓸함, 그리고 딛고 나아가는 것을 보여준다.

좋았던 것은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동성애 표현을 상당히 잘 했다는 거다. 루드비크가 바라보는 시선이나 두근거리는 심정같은 것을 잘 그려서, 동성애자가 아니더라도 그의 애절한 마음 등을 잘 느낄 수 있다.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