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과 술’은 임진왜란 때 활약했던 선거이의 이야기를 담은 역사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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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한국인은 임진왜란이라 하면 자연스레 이순신을 떠올린다. 그의 성품이나 활약이 너무 눈부셨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가 조선 8도를 모두 지킨 것일리야 있겠나. 그의 활약상은 수군으로서 행했던 것인 바, 당연히 육지 쪽으로 오면 그 못지 않게 훌륭하고 눈부신 활약을 했던 사람들도 여럿 찾을 수 있다. 선거이가 그 하나다.

이 소설은 그런 선거이의 이야기를 담은 것으로, 사실에 근거해서 크게 과장되지 않게 이야기를 펼쳐냈다. 거기에 실제 역사 기록이나 그가 지었던 글 등을 인용해서 사실감도 높다. 대충 허구의 이야기를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 사료를 많이 찾아보고 참고한 것이 느껴진다. 그렇기에 이 책은 소설이지만 대사 등 일부를 제외하고는 마치 역사서 같기도 하다.

그런 점은 장점인 한편 단점이기도 하다. 장점은 역사왜곡이 적을 것이라는 거다. 조금은 ‘전기’처럼 칭송하듯 묘사된 그의 충직하고도 청렴한 모습을 낯간지럽게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대신 소설적인 재미는 좀 떨어진다. 이야기가 거의 있었던 일 위주로 장황하지 않게 흘러가기에 조금 밋밋하고, 의외로 중간 중간에 미처 대 채워지지않은듯한 빈 공간도 보인다.

이는 기본적으로 이 소설이 ‘이순신의 7년’이란 이전 소설의 외전격이라서 그런게 아닌가 싶다. 이순신의 이야기, 그리고 그와 함께했던 선거이의 이야기는 이미 전작에서 했던 바, 중복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그런 부분은 가급적 자세히 다루지 않으려 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게 단일 작품으로서는 빈 공간도 느끼게 했던 게 아닌가 싶다.

역사를 소재로만 사용한 창작 소설과는 달리 역사의 한 면을 잘 담아낸 이 소설은 조금 연의를 연상케 하기도 한다. 거기에 현실감을 넣기위해 사투리를 쓴 것도 좋았다. 그게 익숙지 않은 현대인들에겐 조금 읽는 속도를 늦추게 만들기도 하지만, 여러 면에서 괜찮은 시도였다고 본다.

이순신과의 사이도 잘 그렸다. 비록 그리 많지는 않으나 그 몇몇 장면들 만으로도 둘의 우정이 얼마나 깊었는지 보여준다. 많이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범장’의 이야기에 빗댄 것도 나쁘지 않았다.

선거이에 대해 궁금하다면 단편으로도 볼 만 하지만, 외전격인 만큼 ‘이순신의 7년’과 함께 읽으면 더 좋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