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다 치에(三田 千恵)’의 ‘해피엔딩에서 너를 기다릴게(太陽のシズク: 大好きな君との最低で最高の12ヶ月)’는 불치병을 소재로 한 학원 로맨스 소설이다.

표지

또 불치병이야?

당연히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애절한 사랑 이야기를 그리기 위해 너무도 많이 써먹어, 이젠 익숙하다 못해 지루할 정도로 너덜너덜하게 우려진 소재이기 때문이다. 그걸 처음부터 꺼내놓으며 결국 안타까운 결말, 소위 배드엔딩으로 이어질 것임을 대놓고 이야기하고 시작하기 때문에 소설은 좀 뻔하게 느껴진다.

이것은 이 소설에서 이야기하는 ‘국한성 심근경화증’, 즉 심장에 종양이 마치 보석과 같은 형태로 생긴다는 소위 ‘보석병’이란 가상의 병을 통해 더욱 강화된다.

마치 소설에서도 주요하게 등장하는 진주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낸 듯한 이 병은 심지어 다분히 판타지적인 면모까지 갖고 있어 현대를 배경으로 하는 학원 로맨스란 부분에도 그렇게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유독 이것만이 판타지적이라 잘 어울리지 못하고 튀기 때문이다.

다만, 그것을 주요한 요소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등장인물들의 심정을 보다 선명히 알아볼 수 있게 하는 장치 정도로만 사용했고, 두 사람이 만나고, 때론 감정을 소비하기도 하면서, 가까워지고, 결국 자신의 진심을 알아가는 것 자체는 꽤나 클리셰적이라 할 정도로 전통적인 그것을 따랐기 때문에 이야기 전개가 썩 나쁘지는 않다.

곱씹으면 씁쓸하지만 그렇다고 마냥 우울하게 가라앉지만은 않는, 그렇기에 배드엔딩이면서 또한 해피엔딩이라고도 할 수 있는 로맨스를 결론적으로는 나름 잘 그렸다는 얘기다.

무엇보다 이 소설은, 소설만이 줄 수 있는 즐거움을 꽤나 잘 담았다. 몇몇 장치들은 자칫 뻔할 수 있었던 이야기를 신선하게 느끼게 하고 이야기의 구성과 결말도 더 괜찮은 것으로 보이게 한다.

이 소설적 재미가 실로 괜찮은 읽기 경험을 준다.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