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풍괄과(大風刮過)’의 ‘도화채(桃花債)’는 선협물에 BL을 섞은 독특한 작품이다.

표지

선협소설이란 수행을 쌓아서 신선이 된다던가 그런 사람들이 영생을 살며 꾸려가는 신선계가 있다던가 하는 식으로 인간을 초월한 신선들을 주축으로 한 무협소설의 일종이다.

선협 소설은 2010년 정도 전부터 중국에서 유행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 작품은 그런 선협물에 BL을 도입해 선협BL이라는 갈래를 만들어낸 작품이다.

소설은 이쪽 장르는 처음 접한 사람에게는 꽤 신선한 면모를 많이 갖고 있다. 일반적으로 신선 하면 떠올리는 것에서 벗어난 신선상을 그린 것이 그 하나다. 소설 속 신선들은 인간을 초월했다고는 하지만 사실은 전혀 인간성을 탈피하지 못했다.

욕망으로부터 해탈을 하지도 못한 것이 그 하나다. 당장 소설의 이야기부터가 염문에서 시작한 것인데다, 등장인물들 역시 꽤 노골적으로 자신의 욕망을 드러내는 편이다.

신선을 일종의 영적인 존재로 그리는 것도 좀 색다르다. 한국인에게 신선은, 그 바탕이 인간이었든 동물이었든, 불멸성을 갖고있을지언정 육체가 있어 그에 따른 제약도 있는 것이 익숙한데, 이 소설속 신선들은 육체에서 벗어나 있어 자유롭게 장소를 오가는가하면 다른 육신에 들어갔나 나오기도 하기 때문이다. 일종의 귀신처럼 말이다.

그 밖에도 신선 사이에 계급같은 게 있다던가, 신선도 명에서 벗어날 수 없다던가 하는 등 신선 세계의 설정들은 나름 신선하고 꽤 재미도 있다.

신선이라는 독특한 소재를 사용했지만, 이야기는 의외로 대중적인 로맨스를 그렸다. 주요 인물들이 모두 남자이기 때문에 그랬을 때에만 나올 수 있는 상황이나 대사 등도 나오기는 하나, 많은 부분들이 남녀간의 관계로 바꾸어도 어색함이 없을 정도로 일반적이다.

로맨스물인만큼 나름 야스런 씬이 나오기도 하나 너무 자극적인 씬을 부러 만들기보다는 적당한 수준에서 묘사를 했기 때문에 BL물로서는 비교적 가벼워 일반인들도 충분히 읽어볼 만하다. 이는 신선들이 어떤 면에서는 인간의 성을 초월한 면모를 가진것처럼 느껴지기도 해서 더 그렇다.

꼬여있는 관계, 일종의 벌을 받는 것이라는 상황 등과는 달리 전체적으로 가볍고 유쾌하기도 한 것도 긍정적이다.

이 리뷰는 문화충전200%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