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자베스 노어백(Elisabeth Norebäck)’의 ‘마더 앤 마더(Tell Me You’re Mine)’는 아동 실종을 소재로 한 심리 스릴러 소설이다.

표지

이야기는 20년 전 죽었다는 딸이 눈앞에 나타나면서 시작한다. 한 번도 죽음을 믿지 않았던, 그래서 고단한 과거를 겪기도 했던 자신의 눈앞에 문득 나타난 딸의 모습에 ‘스텔라(Stella)’는 놀랍고 반가운 한편 혼돈스럽기도 하다. 과연 한눈에 알아볼 만큼 닮은 ‘이사벨(Isabelle)’은 그녀가 그렇게 찾아 해메던 딸 ‘알리스(Alice)’일까. 아니면 그녀의 엄마 ‘셰르스틴(Kerstin)’과 주변 모두의 말처럼 그녀의 집착이 만들어낸 환영과 착각일 뿐일까.

두 엄마와 딸, 셋의 시점으로 이야기를 진행하는 이 소설은 등장인물(특히 스텔라)의 심리 묘사가 일품이다. 처음엔 뜬금없어 보이던 ‘쟨 내 딸이야’라는 것도 이야기를 진행하면서 왜 그렇게 생각하게 됐는지를 (그게 타당한 이유였는가는 차치하고서라도) 공감가게 잘 풀어냈으며, 반대로 주변 인물들은 왜 그렇게까지 그녀를 믿지 못하는지 역시 잘 설명했다.1 그를 위해 과거의 사건, 그녀의 병력, 자잘한 단서 들을 잘 배치했다. 게다가 그 중 몇몇은 후반을 위한 복선이기도 해서 이야기가 상당히 짜임새 있다는 걸 느끼게도 한다.

다만 문제는 이 이야기의 핵심 이슈인 ‘누구의 딸인가’가 현대에는 너무도 쉽게 풀릴 수 있는 미스터리 아닌 미스터리라는 거다. 과학과 과학수사가 발달하면서, 일반에게까지 그 영향이 미쳐 이제는 마음만 먹으면 어렵지 않게 친자확인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개인적인 심리와 추측에 의존하며 이야기를 진행하기에 이 21세기에 왠 19세기 소설인가 싶은 답답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중반까지 쫄깃함을 느끼게 했던 심리 묘사도 후반에 가면 느닷없이 풀려 김이 새기도 한다. 애초에 이들이 줄다리기를 하고 있던 심리적 긴박감이 그만큼 얕았던데다, 심지어 ‘원흉’이 느닷없이 고백까지 해서 더 그렇다. 어렵게 쌓은 탑을 이렇게 쉽게 허물어뜨린 작가의 선택은 좀 실망스럽다. 그게 이야기 후반을 스릴은 없는 그저 해설로 변모시켜 버리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간 쌓아왔던 이야기들이 차례로 맞춰지는 것을 보여주기에 비록 긴장감은 없지만 그런 해설편도 나름 괜찮게 읽을 수 있었다. 공든탑은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는 걸 보여준달까.

조금 뻔한 결말 역시 그리 나쁘지 않았다. 어떤 면에서는 굳이 반전에 욕심 부리지 않고 깔끔하게 마무리한 느낌도 들어서다.

문장력이 좋아서 전체적으로 읽는 재미도 있다.

몇몇 아쉬움도 있지만, 잘 짜여진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꽤 만족할 수 있을 것이다.

  1. 그런 점에서 원제(Tell Me You’re Mine)는 참 잘 지었다. 이야기의 주축은 물론 스텔라의 집착적이기도 한 심리 상태를 함축적으로 잘 담아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