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레네 플루드(Helene Flood)’의 ‘테라피스트(Terapeuten)’는 잘 만들어진 심리 스릴러다.

표지

이야기는 심리학자이자 집 한켠에 상담소를 운영하고 있는 ‘사라’의 남편이 어느 날 친구들과 함께 별장에 간다며 나간 후 연락이 되지 않으면서 시작된다. 처음에는 잠시 전화를 받지 못하는 것일거라 생각하고 태연하게 상담을 이어나가지만 막상 함께 가기로 했던 친구들로부터 남편이 도착하지 않았다는 얘기를 듣게 되면서 일이 이상해졌음을 짐작하게 된다.

결국 이 일은 본격적인 사건이 되면서 사라의 일상을 뒤흔들게 되는데, 이 과정이 꽤 흥미롭게 잘 그려졌다.

떡밥을 까는가 하면 독자에게 혼선도 주어서 독자는 주인공을 비롯한 모든 인물들을 의심하게 되며 진실은 무엇이고 어떤 결말을 맞게 될지 쉽게 짐작하지 못하게 만든다.

사건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주인공이 겪게되는 일들도 그렇다. 생각보다 긴장감이 크지는 않았지만, 어떻게 또 왜 그런 일을 겪게 되는지가 미스터리로 남았기 때문에 더욱 이후 전개를 궁금하게 했다.

이 책을 볼 때 기대했던 것 중 하나는 당연히 저자가 심리학자라는 거였는데, 그건 생각보다 크게 두드러지지는 않았던 것 같다. 주인공을 심리학자로 설정했기 때문에 해당 분야의 이야기가 나오기는 하지만 그게 스릴러에 밀접하게 영향이 있었냐 하면 꼭 그래 보이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특수한 직업적 경험이 있다고 해서 굳이 그걸 이용한 무리한 시도를 하려고 하기 보다는 전통적인 스릴러 작법에 충실하려고 했던 게 아닌가 싶다. 그래도 등장인물의 심리묘사에는 직업적인 지식과 경험이 도움이 되었던 듯 보인다.

아쉬웠던 것은 주인공 캐릭터가 잘 안잡혀 보였다는 거다. 기억력이 좋고 세심한(꼼꼼한) 것처럼 설정한 것 같은데, 그와 상반된 귀차니스트에 허술한 행동을 하기도 하고, 심지어 방금 있었던 일을 조금 다르게 기억하는 장면까지 나오기 때문이다.

한국어판은 ‘앨리슨 맥컬러프(Alison McCullough)’의 영어 번역본을 중역한 것인데, 어쩌면 그 과정에서 미묘한 뉘앙스 차이가 생긴 걸까.

이 리뷰는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