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리움(Terrarium)’은 인류멸망과 그 후를 그린 포스트 아포칼립스 소설이다.

표지

가장 좋았던 점은 이야기 전개가 꽤 매끄럽다는 거다. 어린 소년을 주요 화자로 해서, 어느 날 갑자기 사라져버린 어머니를 찾아 어찌보면 지루하지만 그래도 안전한 벙커를 떠나 모험을 하게 만드는 이야기는 나름 흥미를 끌기도 한다.

그 모험 과정에서 만나는 대상이나 상식을 아득히 뛰어넘은 듯한 이야기들이 등장하는 것에서는 SF보다 판타지같다는 생각도 강하게 들기는 한다만, 그것도 SF의 범주 안에서 적당히 뭉개기를 잘 했기 때문에 몽환적인 느낌을 주면서 아슬아슬하게 SF에 걸쳐있는 듯 느끼게 한다.

이것은 긍정적이면서 또한 부정적이기도 한 요소로 꽤 호불호가 갈릴만하다. 적당히 넘어가는 듯한 부분들이 보이기에 더 그렇다.

그래도 지구 환경과 인구증가, 식량난, 무리한 개발, 변형 단백질, 불치병 등 현재도 직면해있는 여러 문제들을 숙성시켜 꽤 그럴듯한 아포칼립스를 그려냈기 때문에 꽤 흥미롭게 볼만하다.

제목인 ‘테라리움’은 여러가지로 생각해 볼 수 있다. 단순하게는 단어 자체의 의미 그대로 소설에도 등장하는 주인공이 소중히 가지고 다니는 그것같은 걸 말하는 것이기도 하고, 주인공 소년의 상황과 이야기를 비유하는 것이기도 하며, 크게는 지구, 더 나아가서는 우주에 대한 관점을 함축한 단어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소설은 일종의 SF적인 진화 이벤트를 그린 것 같아 나름 재미있다.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