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닐라’는 ‘그 개’라는 원작 연극을 책으로 옮긴 희곡이다.

표지

희곡이란 일종의 대본집 같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등장인물들의 대사에 실연을 위한 무대 연출이라던가 연기 등에 대한 내용이 함께 실려있는 것으로, 빈 부분도 많기는 하나 읽어보면 생각보다 연극무대가 잘 그려지기도 한다. 이 책은 거기에 일러스트 역시 60여점 정도로 많이 수록하여 인물상 등을 쉽게 떠올릴 수 있게 한 것이 특징이다.

이야기는 얼핏 일종의 성장물 혹은 치유물처럼 시작한다. 틱 장애를 앓고있는 중학생 해일이가 유기견인 바닐라를 만나고 또 이웃의 화가 선영 부부와 그들의 어린 아이인 별이를 만나면서 애정을 주고 받는 것에 익숙해지고 틱 장애를 극복해 나갈 것처럼 이어질 듯해 보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자는 그런 일종의 판타지를 그려내는 대신 현실의 비정함이 얼마나 주변에 깔려있으며 쉽게 닥쳐오는지, 그리고 그것은 얼마나 사람들을 더 비극과 문제의 심화로 밀어붙이는 지를 냉정하게 담아냈다. 어떻게든 문제에서 벗어나려는 발버둥이 결국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를 생각하면 참 씁쓸함을 남긴다.

등장인물들의 상황은 한국 사회의 문제점을 일부 보여주기도 하는데, 이건 그렇게 중요하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그보다는 우연히 닥친 비극이 더 커 보이기 때문이다. 이 비극이 왜 일어나게 되었는지에 대한 복선이랄만한 게 없고 그 과정이 다소 허술한 점이 있는 등 아쉬운 점도 보인다. 이는 일부 캐릭터도 마찬가지인데, 등장인물의 수에 비해 이야기가 짧다보니 그렇게 느껴지는 게 아닌가 싶다.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