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발’은 북한의 실상을 다룬 북한의 작가 반디의 단편집이다. 2014년에 한 번 출간했다가 최근 20개국과 판권 계약을 하면서 다시 나온 건데, 지금도 북한에 있는 작가가 원고만을 몰래 빼돌려 세상에 나오게 했다는 배경부터가 흥미를 끈다.

반디 - 고발

책에는 7개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북한에 대한 이야기는 소설과 영화, 심지어 방송을 통해서도 많이 알려졌기는 하나 책을 보면 새롭게 놀랍고 탄식이 나온다. 서로를 감시하고, 당국에 고발하고, 있지도 않은 별의별 이유를 붙여 핍박하고 쫓아내는 장면을 보면 마치 일제강점기나 군사 독재 시대를 보는 것 같다. 이게 정말 현대 사회의 모습이란 말인가.

굳이 따지자면 역사적 사실은 아닐 거다. 이 책은 소설이고, 그렇다면 수록된 것 역시 작가가 상상으로 만들어낸 이야기라고 봐야 한다. 하지만, 묘사와 사건의 진행 요소가 세세하고 구체적인 데다 흐름이 자연스러워서 단순히 상상만으로 쓴 것은 아님을 느끼게 해준다. 그렇다. 이 책은 소설이라기보단 수기 같고, 지어낸 이야기라기보단 한없이 르포에 가까워 보인다. 이야기를 위해 살을 덧붙여 상세를 만들어 냈겠으나, 큰 줄기는 사실에 기반을 둔듯하다는 거다. 각 단편의 끝에 날짜를 새겨넣은 것이 더욱 그러한 기분을 부추긴다.

책은 고발이라는 제목에 걸맞게 북한의 어두운 모습들은 담았는데, 마치 그런 것밖에 없다고 하는 것처럼 이야기 하나하나가 배드 엔딩으로 치닫는다. 마치 현대판 디스토피아를 보는 것 같다.

이것들은 상식과 너무 동떨어져 황당하기도 하지만, 의외로 묘한 기시감도 준다. 정도와 방식의 차이는 있으나 남한이라고 그런 황당한 일이 없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북한이 체제와 사상 때문에 그렇다면, 남한은 권력 때문에 그러했고, 돈 때문에 그러하다. 이간질이나 멸시, 따돌림도 있다. 똑같은 인간이라 설까. 그래서 의외로 감정이입이 되는 면도 있었다.

책에 수록된 이야기는, 비록 1990년대를 배경으로 한1, 벌써 30년 가까이 지난 것이긴 하나 지금이라고 크게 달라졌을 것이란 생각은 들지 않는다. 그렇지 않다면 반디라는 필명을 쓰고 몰래 빼돌려 출간케 할 필요도 없었을 테니까 말이다. 오히려 목숨까지 걸고 반출했겠다 싶은 현실의 일화가 이야기를 더욱 무겁게 다가오게 한다.

  1. 가장 오래된게 ‘탈북기’에 쓴 1989년 12월이며, 가깝게는 1995년 까지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