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F. 해럴드(A.F. Harrold)’가 쓰고 ‘에밀리 그래빗(Emily Gravett)’이 그린 ‘널 잊지 않을게(The Afterwards)’는 죽음과 그를 대하는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소설이다.

표지

죽음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는 늘 어려운 문제다. 아무리 세월이 지나도,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그건 변하지 않는다.

여러번의 죽음을 겪으며 ‘그런 것’이라는 감각을 갖게된 어른도 그러한데 하물며 아직 한번도 죽음을 직접 겪어보지 못한 아이들에게는 어떨까. 그게 얼마나 혼란스럽고,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일지 짐작도 하기 어렵다.

심지어 그게 가장 가까웠던 사람의 것이라면, 얼마든지 어떻게 해서든 되돌리고 싶은 마음이 생길법도 하다.

이 책의 주인공 디셈버도 그렇다. 가장 가까웠던 친구 해피니스가 죽고 미처 그걸 제대로 실감하지도 못한 상태일 때 전에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기묘한 경험을 하게되는데, 그게 어쩌면 해피니스를 다시 데려올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일말이라도 가능성이 있다면 해봐야 하니까. 해피니스는 디셈버에게 그런 친구였으니까.

하지만, 누구든 예상할 수 있다시피 그건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 디셈버의 시도는 좀처럼 성과를 내지 못한채 오히려 그녀를 곤란한 상황에 처하게 만든다.

현실과는 다른, 회색 세계를 오가는 이야기는 얼핏 판타지를 그린 것처럼 보이게도 한다. 그래서 판타지에 우리가 갖고있는 해피엔딩에 대한 환상을 은근히 기대하게도 한다. 그러나, 이 책은 그런 이야기를 그리고 있지만 전혀 판타지와는 거리가 먼 이야기를 담고있다.

회색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거기에서 마주하는 존재들은 무엇이며, 그것들이 아직 살아있는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인지도 굉장히 현실적인 내용들로 가득 차있다. 회색 세계라는 판타지로 비유를 하긴 했지만, 죽음을 겪었을 때 남겨진 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하게 되는지, 또 어떤 과정을 거쳐 죽음을 체감하고 받아들이게 되는지를 굉장히 사실적으로 잘 담고 있다는 말이다. 그래서 보는 내내 한장면 한장면에 담긴 비유들에 절로 감탄이 나왔다.

이런 기조는 책 끝까지 거의 그대로 이어진다. 판타지가 가득했던 중간의 이야기와 달리 거기서 전하는 이야기와 결말은 상당히 현실적이기 때문에 그 격차가 더 진한 여운을 만들어낸다.

판타지를 통해 이렇게까지 현실적인 죽음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에 새삼 감탄이 나온다. 판타지라서 현실의 죽음이 주는 거부감과 충격은 덜면서도 죽음이란 무엇이며 남겨진 사람들에겐 무엇이 중요한지도 명확하게 잘 담아내지 않았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