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머스 불핀치(Thomas Bulfinch)’의 ‘그리스 로마 신화: 세상을 다스린 신들의 사생활(The Age of Fable)’은 그의 대표작 중 일부를 완역해 내놓은 것이다.

표지

그리스 로마 신화는 현대인들이 가장 널리 알고 가장 사랑하는 신화 중 하나다. 어떻게 이런 게 가능할까. 각자가 서로 다른 종교를 믿고, 심지어 그 때문에 다투기까지 하면서 말이다.

이는 그리스 로마의 신들이 이제는 원래의 신성을 완전히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당연히 그들의 이야기도 온전한 가상의 이야기, 판타지로써만 소비되고 있으며, 그렇기에 모두가 사랑하는 신화가 될 수 있었다고 할 수 있다. 그들 자신에겐 조금 불행한 일일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워낙 유명하다보니 이런 책을 읽을 정도라면 신화 중 여러개는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이미 알던 것을 환기해주는 느낌을 많이 풍기는데, 그런데도 여전히 재미있다. 신화의 많은 것들을 그러모은만큼 새로 보는 것도 있을 수 있는데, 그 중엔 좀 그리스 로마 신화스럽지 않은 것도 있어 이 신화가 오랜 세월동안 꽤 여러 이야기들이 쌓이면서 만들어졌음을 짐작케 한다.

이야기의 특성상 서사가 이어지지 않고 잘게 쪼개져 있지만, 인물 등을 통해 연결하기도 하고, 개별 이야기들로 보아도 딱히 다음 이야기로 넘어갈 때 흥미가 떨어지진 않아서 흥미롭게 볼 수 있다.

불핀치의 저서는, 때때로 여러 전승의 차이를 말한다던가 해설을 덧붙인다던가 하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이야기 책으로서의 정체성을 갖고있기 때문에 더 쉽게 읽힌다. 추가로 덧붙인 것들도 이야기를 적절하게 보충해주는 것 들이다. 예를 들면, 판도라의 이야기가 그렇다. 저자는 앞뒤가 하나도 안맞는 이상한 (하지만 가장 유명한) 이야기 대신 좀 더 그럴듯한 다른 이야기를 제시해 이 신화의 의문스러운 점들을 해소할 수 있도록 한다. 다만, 모두 그렇게 한 것은 아니라서 개연성이 떨어지는 것들도 있다.

아쉬운 것은 군데 군데 이상한 단어와 문장들이 눈에 띄는 번역과 편집을 보인다는 것인데, 굳이 ‘하신(河神)’처럼 거의 쓰지않는 한자어를 쓴 것1도 그렇고, 단순 오타가 난 게 아니라 아예 의미를 알 수 없는 문장을 쓴 것2도 그렇다. 기계적인 맞춤법 검사가 아니라 직접 읽어보고 확인하는 검수가 제대로 되지 않은 것 같다.

완역판이라고 했지만 34장까지만 싣고 이후(36장 ~ 42장)를 날린 것도 불만스럽다. 원서는 제목부터 좀 더 넓은 의미(대게 ‘신화의 시대’로 번역한다)였고, 실제로도 동양신화나 북유럽신화처럼 그리스 로마 신화와 별 연관이 없는 것들까지 수록하고 있었던걸 ‘그리스 로마 신화’로만 한정해 담으려고 일부러 누락한 것 같다만, 이런 편집이 과연 정말로 좋은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1. 국어사전에 여전히 있는 단어이긴 하지만, 그냥 ‘물의 신’이나 ‘강의 신’이라고 하는 게 더 낫다. 

  2. 예를 들면, 40p “가족의 살아도 땅에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