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연애실록 2’은 가상의 조선을 배경으로 한 궁중 로맨스다.

표지

남장여자라는 뻔한 소재를 살짝 바꿔서, 변형된 착각물이라는 요소를 넣은 건 생각보다 소설에 긍정적이었다. 소위 한눈에 반할만큼 빼어난 미모라고 하면서도 고작 남성복장을 갖춘 것만으로 어떻게 몰라볼 수가 있느냐는 황당함을 빗겨가는데다, 알고도 모른척하느라 벌어지는 일들이 또 다른 코미디 요소로도 느껴지기 때문이다.

남자 역할과 여자 역할을 구분하여 등장인물에 따라 다르게 보도록 한 것 역시 좋아서, 이 ‘뻔한 남장’이라는 요소가 지나치게 남발되는 것도 막고 그런 일종의 비밀을 공유한 사람들끼리 더욱 각별해지게 만드는 등 꽤나 상황 설정과 이야기 전개가 괜찮다.

여러 상황과 인물들을 그때그때 다른 역할로 플레이하도록 함으로써, 어떤때는 역사 소설이자 정치 드라마로서의 면모를 보이고, 신분이라는 것을 통해 궁중 로맨스의 면모를 보이는가 하면, 그런 외적인 제약들을 모두 떠나서 자유롭게 지껄이며 상호작용하는 로맨틱 코미디의 면모를 드러내기도 하면서 꽤나 여러가지 즐길거리를 안겨준다.

이런 여러 일면들은 캐릭터를 다양한 측면을 가진 입체적인 인물로 보이게도 하며, 그게 다음이 어떻게 전개될지를 (뻔하기는 하지만) 흥미롭게 보게 만든다.

너무 뜬금없는 행동같은 게 나오지 않기에 캐릭터성이 무너지거나 하지도 않아서 전체적으로 캐릭터를 잘 짰다고 느끼게 한다.

전개 속도는 꽤나 느린 편으로, 요약해보면 짧은 몇마디로 한권을 정리할 수도 있을 정도다. 대신 디테일한 부분이 그만큼 더 살아있고, 등장인물들의 생각이나 감정 같은 것들이 잘 와닿는 편이다. 만약 빠른 전개로 휘몰아쳤다면 얘들이 갑자기 왜 이러나 느닷없게 느껴졌을거다.

느리다고는 했지만, 문장이 쉽고 잘 읽히기 때문에 딱히 답답하거나 하지도 않다.

소설은 총 4권으로 완간되었는데, 다소 뻔한 전개가 예상되면서도 그냥 이야기 자체를 보는 재미가 좋아서 이후도 꽤나 기대가 된다.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