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개 장발’은 ‘마당을 나온 암탉’으로 유명한 황선미 작가가 스스로 인생 최고의 작품으로 뽑은 소설이다.

표지

시골 한 노인의 집에서 태어난 강아지의 삶을 그린 이 소설은, 나면서부터 특이하게 검은 빛을 띄고 긴 모를 지닌, 그래서 장발이라고 불리는 주인공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다른 형제들과 유달리 다른 외모 때문일까. 아니면 몸집이 크거나 힘이 없어서일까. 장발은 조금 겉돌기도 한다. 이게 조금은 외모 등으로 인한 차별 문제를 떠올리게도 했다.

어쨌든 장발은 오랫동안 살아남아 삶을 이어가며 그 사이에 가족과의 이별이나 주인인 목청씨와의 불화 등을 겪기도 한다. 그 외에도 결코 사이가 좋아질 수 없을 것 같은 이웃집 노 고양이와 티격태격하는가 하면, 새로운 식구도 맞이하기도 한다.

소설은 그런 한 개의 일생을 나서부터 죽을때까지를 참 잘 그려냈다. 얼핏보면 별거 없어보이는 일상들이 이어지지만, 자세히 보면 그 속에는 각각 각자만의 의미가 담겨있음을 알 수 있다.

주인인 목청씨와의 우정도 잘 그렸다. 서로 소통할 수 없다는 점이나 강아지 장수 문제 등으로 때론 삐거덕 대기도 하지만 결국 가장 믿고 기다리는 존재라는게 잘 드러난다.

장발의 삶과 행복을 그려낸 듯한 이야기의 엔딩도 나름 나쁘지는 않으나, 거기까지 가는 결말부는 다소 납득이 가지 않았다. 장발이 그렇게 되는 이유가 제대로 그려지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개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진행하기 때문에 전개상으로는 그럴듯 한 것도 사실이다. 그래도 이야기가 비어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오가며 중얼거리는 사람들의 이야기 따위를 통해서라도 좀 더 보충이 어땠을까 싶기도 하다.

소설에는 작가의 어린시절 경험이 녹아있어서 그런지 시골의 정감도 잘 살아있다. 전체적으로 이야기나 문장도 읽기 좋다. 시골에서 강아지를 길러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향수도 느끼지 않을까 싶다.

이야기 중에서 아쉬운 점이라면 비록 소량이라고는 하나 개에게 독이 될 수도 있는 초콜릿을 먹이는 장면이 나온다는 거다. 그래서 이게 나중에 병원 신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싶기도 했는데, 그냥 달고 좋은 것 그 이상은 아니어서 의아함도 남았다. 이 이야기가 처음 쓰여 나온것은 꽤 전인데 아마 당시엔 이런 정보가 널리 퍼지지 않아서 실수한 게 아닐까. 소량이라면 큰 문제가 없을 수도 있다고는 하나, 그래도 그냥 ‘과자’ 정도로 바꿨으면 어땠을까 싶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