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아브 블룸(Yoav Blum)’의 ‘우연 제작자들(The Coincidence Makers)’는 우연을 소재로 한 흥미로운 소설이다.

표지

우리는 보통 현실이란 생각보다 인과가 뚜렷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즉, 많은 것들이 우연으로 이뤄진다고 보는거다. 자연의 변화는 물론, 남이 무엇을 어떻게 할지도 그렇고, 심지어는 자기 자신이 무엇을 선택할지 역시 다분히 무작위로 결정된다고 느낀다. 차마 왜 그렇게 된 것인지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나비 효과’로 유명한 ‘카오스 이론(Chaos Theory)’을 통해 설사 그것을 추적하거나 이해할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어딘가에서 그러한 결과를 만들어내게 한 다양한 원인들이 있었을 것이라는 건 모두가 인정하고 있다. 설사 그것이 여전히 ‘우연’으로 여겨진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그렇다면, 그 과정을 좀 더 확실히 이해하고, 한가지 행동이 불러올 일들을 훨씬 더 명확히 예측할 수 있다면, 어쩌면 우연처럼 보이는 것들을 겹쳐 의도한 결과를 만들어낼 수도 있지 않을까.

소설은 그걸 꽤 잘 담아냈다. 그런데에는 적당히 디테일을 챙기면서도 또한 과감하게 생략한 것이 주요했다. 저자는 우연을 다루는 이론들은 마치 정리된 학문처럼 보여주는 반면, 그것들을 이용한 공작은 어떻게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는가는 생략하고 대부분 어떤 우연들의 겹칩이 벌어졌는지만을 그렸다. 그럼으로써 우연 제작이라는 게 실제할 수 있을 것이란 사실감을 높이면서도, 자칫 드러나기 쉬운 미묘한 어긋남들은 모두 생략한 저 편으로 감춰지도록 했다.

그 덕에 현실에서는 벗어난 판타지에 더 가까운 느낌을 주기는 한다만, 대신 이 조심스러운 설정과 캐릭터들이 김세지 않고 다음에는 또 어떤 우연과 이야기를 보여줄지 기대하게 만든다.

이야기 자체도 꽤 괜찮았다. 현실의 사건들을 우연 제작자들의 공작으로 그린 것도 재미있었고, 나름 개성있는 캐릭터들이 보여주는 드라마도 볼만했다.

편집은 조금 아쉬웠는데, 이상한 오타도 있고 어색해서 번역을 의심케 하는 부분도 있었기 때문이다. 우연을 다룬 것인만큼 더욱 거기서 튀어나오는 대사가 ‘이렇게 연결되나’싶은 감탄을 자아내어야 하는데, 전혀 연결이 안되서 ‘대체 뭔소린가’ 싶게 만드는 것도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어판은 ‘아이라 모스코비츠(Ira Moskowitz)’의 영어 번역본을 이용한 중역본인데, 아무래도 그러면서 원래 문장이 갖고있던 말장난스러운 부분 같은 게 날아가서 그런 게 아닌가 싶다.

이 리뷰는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