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닷 허치슨(Dot Hutchison)’의 ‘나비 정원(The Butterfly Garden)’은 한 사유지 정원 폭발의 생존자를 통해 알아가는 진실을 그린 소설이다.

표지

‘마야’라고 불리는 소녀를 통해 사건 뒤에 숨겨진 진상을 알아가는 방식을 취하고 있는 이 소설은 묘하게 ‘양들의 침묵(The Silence of the Lambs)’을 연상시킨다. 이야기가 다른데도 그런 것은 일단 동일 장르이기도 할 뿐더러, 사이코패스와 그가 벌이는 끔찍한 범죄를 소재로 사용했다는 것, 범죄에 몇몇 유사성이 있다는 점, 그리고 인터뷰를 이야기 전개의 주요 방식으로 사용했다는 것 등이 유명 작품을 생각나게 하기 때문이다.

사이코패스의 범죄를 다룬만큼 ‘나비 정원’의 실체 역시 꽤 기괴하지만, 의외로 소설을 읽으면서 그게 정신적인 충격으로 다가오지는 않는다. 처음부터 끝까지 장르나 내용을 생각하면 의외라 싶을 정도로 담담하게 이야기를 전개하기 때문이다.

거기엔 이야기의 주요 화자인 ‘마야’의 성격도 한 몫한다. 그녀가 마치 감정이 어느정도 결여된 것 같은 모습을 보이면서, 그저 일상적이었다는 듯 이야기를 꺼내놓기 때문이다. 비슷하게 행동을 하더라도 그 내면에는 여러가지 감정들이 있었음을 내보이는 다른 캐릭터들과 비교해도 그녀는 좀 이질적이다.

이는 어느정도 작가가 의도적으로 설정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 모습을 통해 그녀가 사실은 공범자에 가까운 자가 아니었나 의심하게 만들려 하기 때문이다.

그녀의 비밀은 끝까지 진실이 무엇인지 궁금하게 만드는데, 방향성이 조금 뻔하기도 해서 잘 안먹힌게 사실이다. 비밀이란 것도 그렇게까지 충격적인 건 아닌데다, 거기엔 비록 이야기엔 큰 영향이 없어 사소하다 할 수도 있지만 의문스러운 점도 있었다. 이런 점은 이 소설이 스릴러로서는 좀 긴장감이 부족해 보이게 한다.

후반 전개에서도 좀 급작스러운 면을 보이는데, 이게 개연성을 떨어지게도 하며 기껏 잘 구축해논 캐릭터성을 허물어뜨리기도 한다. 물론 각 장면마다 주(主)가되는 캐릭터는 계속 잘 살아있으나, 그가 부각되면서 다른 캐릭터는 좀 죽기도 하기 때문이다. 특히 정원사는 변했다고 할 정도여서 좀 당황스럽게도 한다.

그래도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솜씨는 좋아서 끝까지 몰입해서 읽을 수 있다. 현실성이 있느냐 하는 점도 은근히 이런 저런 이유로 잘 매꾸어 그럴싸하게 만들었다. 무엇보다 범죄 스릴러는 범죄와 범죄자를 역겨우면서도 매력적으로 그려야 하는데, 나비 정원이라는 독특한 세계를 만들어냄으로써 그걸 제대로 이뤄냈다. 이것 만으로도 충분히 볼만한 소설이 아닌가 싶다.

소설은 인기에 힘입어 ‘수집가 시리즈(The Collector Series)’로 여러 후속작이 나왔는데, 거기서는 또 어떤 수집가들을 보여줄지 기대된다.

추가로, 번역은 좀 아쉬웠다. 전체적으로는 양호하긴 하나, 어색한 단어나 문장도 꽤 눈에 띈다. 뭐랄까, 이정도면 됐지, 하고 끝낸 느낌?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