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발라반(Bob Balaban)’이 쓰고 ‘앤디 래쉬(Andy Rash)’이 그린 ‘소년 혹은 괴물(The Creature from the Seventh Grade: Boy or Beast)’은 어느 날 거대한 변종 공룡이 되버린 사춘기 소년 ‘찰리’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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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 소년의 이야기라는데서 벌써 눈치 챘을지 모르겠다만, 이 소설은 청소년기의 급격한 육체적, 정신적 변화와 그런 변화를 겪는 중에 주변인들과의 사이에서 벌어지는 묘한 감정의 오고감, 그리고 아직 미숙했던 소년이 자기 자신과 자신에게 더 소중하고 가치있는 것을 깨달아가는 것들을 그리고 있다. 일종의 성장 소설인 셈이다.

그걸 이제는 흔해진 반항이나 방황 대신 공룡으로의 변신으로 표현해낸 것이 꽤 재미 있는데, 그게 단지 흥미로움을 줄 뿐 아니라 의외로 현실적인 사정을 꽤 많이 반영한 비유적인 묘사여서 보다보면 꽤 감탄이 나오기도 했다.

사춘기를 기점으로 갑자기 변종 공룡으로 변한다는 것은 얼핏보면 판타지 같은 설정이지만, 그를 통해 갑작스레 깨닫게 된 육제적 변화에 익숙해지는 것이나, 자기도 모르게 튀어나와 마음이 엇나가는 것들을 꽤 현실적으로 잘 담아냈다.

사춘기라는 것은 의외로, 냉정히 살펴보면, 크게 변한 것 같아도 막상 별로 변한 게 없는, 그렇다고 전과 같다고도 할 수는 없는, 미묘한 변화가 일어나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래서 본인이 느끼는 혼란스러움과는 달리 실제로는 딱히 재밌거나 극적인 일은 찾아오지 않는다.

그건 소설 속 주인공 찰리 역시 마찬가지다. 변신이라는 것 때문에 얼핏 극적인 변화가 있는 것 같지만 잘 살펴보면 (극히 일부를 제외하곤) 모두 어디까지나 일상의 연장에 있는 것이기 떄문이다.

이 점은 작가가 꽤 자제를 잘 했다고 느끼기도 했는데, 소재가 흥미롭다고 그걸 우려먹으려 하지 않고 당초 하려던 이야기를 위한 정도로만 활용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이야기의 완성도는 더 좋아지지 않았나 싶다.

조금 딴죽을 걸자면, 찰리는 조금 너무 예쁜 세계에 살고 있는 것 같기는 했다. 극적인 변화에도 자신을 이해해주는 주변 사람들과,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친구들, 거기에 때론 어려움을 겪는 그를 따뜻하게 지켜봐주는 제대로 된 어른들까지 주위에 있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그가 의심의 늪에 빠져있을 때 조차도 말이다. 그래서 갈등 해소를 너무 이상적으로만 풀어낸게 아닌가 싶기도 했다. 변신이란 점을 제외하더라도, 현실감은 좀 떨어진다는 얘기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그게 어른들이 해야 할 일이라고 얘기하는 것 같기도 했다. 아이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할 수도 없게 미리 나서지도 않고, 그렇다고 전혀 무관한 사람처럼 방관하지도 않는 그런 위치에 서있는 것 말이다. 하지만, 현대의 ‘어른이라고 하는 사람 들’ 대다수가 그러지 못하기에, 작중 어른들의 모습은 대다수의 어른들에게 뼈저린 비판으로 다가올지도 모르겠단 생각도 들었다.

청소년은 커다래진 몸과 달리 아직 어린 마음을 갖고있는 특별한 존재다. 사춘기는 그 중에서도 특히 그 간극이 클 때다. 그래서 잘못된 선택을 하기도 하고, 그게 큰 실수로 이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설사 그렇더라도 그걸 깨닫고 바로잡는 것이 중요하다. 찰리의 이야기는 그 모범적인 한 예라고도 할 수 있어서 꽤 교훈감을 남긴다.

마지막에 괴물과 생물의 차이를 얘기하는 것도 꽤 의미가 있었는데, 돌아보면 그 뿐 아니라 사춘기의 변화, 학교, 친구, 자기 자신, 그리고 다름 등 짧지만 생각보다 생각할 거리가 많이 담겨있는 이야기 였던 것 같다. 소설적으로도 꽤 재미있게 볼 수는 있지만, 단지 그에 그치지 않고 한번씩 곱씩어보면 더 좋겠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