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와 크리스찬 디올과 뉴 룩’은 크리스찬 디올의 좌절과 재기를 담은 만화다.

표지

크리스찬 디올은 한국에서도 가장 유명한 브랜드 중 하나, 소위 명품 중 하나다. 디올은 주로 패션 쪽 그러니까 의류나 가방, 화장품을 떠올리게 하는 브랜드지만, 실제로는 고급 식기나 가구 등도 취급하는 종합 잡화점같은 곳에 가깝다.

그런데도 유독 패션쪽 인상이 강한 것은, 프랑스 파리에 근간을 두고있고 그렇기에 패션 쪽이 두각을 드러내는 브랜드라 그런 것이기도 하지만, 역시 브랜드의 시초이자 창업자이기도 한 크리스찬 디올이 자신의 이름을 건 브랜드를 만들 때 선택한 것이 패션이었던 것이 클 것이다. 애초에 정식 브랜드명이 ‘Christian Dior Couture’인 것도 그래서다.1

그러나, 그는 디자인을 전공한 것도 아니며 디자이너를 꿈꾸던 사람도 아니었다. 그의 전공은 정치학이었으며, 원래 갖고 있던 꿈도 건축가였다. 그런 그가 어떻게해서 내노라하는 디자이너가 된 것일까.

이 책은 크리스찬 디올이 사업에 실패하고, 전쟁을 겪고, 최종적으로 자신의 이름을 건 브랜드를 만들기까지를 담은 일종의 전기물이다. 그래서 좀 미화된 느낌도 있다.

한가지 특징은 사실에 기반한 이야기에 그를 유혹하는 악마라는 판타지적인 요소를 더했다는 거다. 악마는 그에게 더 편한 길, 더 최종적으로는 포기를 종용하면서 그가 겪고있는 어려움을 단적으로 정리해 알려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의 뒷배경을 복잡하게 그리지 않고도 짧은 분량안에 빠르고 분명하게 담아낼 수 있는 장치로 꽤 괜찮다.

악마는 또한 그의 이야기를 들여다보는 독자들의 의문을 대신하는 존재이기도 하다. 현실을 핑계로 꿈을 손쉽게 포기해버리는 현대인들에게 어떻게 살 것인가를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

또 다른 특징은 보통의 만화와 같은 화풍을 하지 않았다는 거다. 마치 외국의 그래픽 노블과 같은 화풍을 사용해서 좀 번역서같기도 하다. 글자 폰트나 문장, 편집 등 일부 아쉬운 점이 있어서 더 그렇다. 그래도 깔끔하게 정리된 선을 사용한 일반 만화와는 다른 작화는 예술가인 디올의 이야기라는 것과 잘 어울린다.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1. 꾸띠르(Couture)가 맞춤복점이란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