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딘 쿤츠(Dean Koontz)’의 ‘어둠의 눈(The Eyes of Darkness)’은 4일에 걸쳐 벌어지는 미스터리와 음모를 다룬 스릴러 소설이다.

표지

솔직히 이 소설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40년 전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예견”했다는 광고이다. 그래서 과연 작가는 무엇때문에 유독 중국, 그 중에서도 우한을 주목했는지, 또 소설속에서 그리는 우한 바이러스의 모습과 그로인해 벌어지는 일은 무엇인지를 궁금하게 만든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소설 속 바이러스 우한400이 딱히 코로나19 소위 우한폐렴을 연상케 하지는 않는다. 살짝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지만, 이미 중국 음모론 따위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많이 알려진 내용이므로 얘기해보자면, 중국 우한 지역에 바이러스의 기원이 있으며 그곳에 바이러스 연구소도 있다는 점이 동일할 뿐 바이러스의 특징이나 발원지, 그리고 감염 양상 등은 거의 다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책에서 주목하는 것이 전혀 바이러스 그 자체가 아니다. 광고만 생각하면 대규모의 생물학적 재해(Biohazard) 상황이 일어나고, 그를 마주하는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이나 무력감, 그리고 그 뒤에 숨은 음모 등이 나올 것 같지만 막상 펼쳐보니 전혀 기대하던 그런 책은 아니었다.

그렇다보니 오히려 코로나19를 언급한 광고가 책을 감상하는데 부정적인 영향도 끼쳤다. 종반에 이를때까지도 대체 코로나19를 언급하게 만든 상황과 내용은 언제 나오느냐 하는 불만족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게 막상 진실이 드러났을 때 약간의 허무감을 안겨주기도 한다.

내용적으로도 그렇다. 저자가 딱히 미스터리를 잘 구성하거나 유지한(유지하려고 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소설을 관통하는 비밀이기 때문에 그걸 시작부터 알고 들어가는 것이 종반부의 긴장감이나 비밀이 드러났을 때의 놀라움을 크게 반감시킨다. 심지어 ‘겨우 이거였어?’하는 마음까지 들게 한다.

코로나19를 언급한 광고는 현 시기를 이용해 책에 더 관심을 갖게하는 나쁘지않은 홍보성 광고였을지는 몰라도, 소설 자체를 즐기는데에는 최악의 광고이기도 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스포일러를 당하고 읽는 것인데도 불구하고 꽤 볼만했다는 거다. 주인공들을 압박하는 음모를 파헤치며 펼치는 활극도 꽤나 볼만하고, 무엇보다 주인공들이 대중적인 감성에 그대로 부응해주는 캐릭터들이라 전혀 불편한 면 없이 감정이입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쉽게 이야기에 빠져들 수 있다.

다만, 세부적인 것의 완성도는 그리 높지 않은데, 작가도 인정하는 것처럼 주제, 전개는 물론 캐릭터나 표현까지도 모두 그렇다. 그래서 ‘스릴러 소설’인데도 불구하고 별 다른 긴장감없이 무난하게 예상가능한 이야기들이 죽 이어지는 면이 있다. 아무래도 1981년에 작가가 이전 필명인 ‘리 니콜스(Leigh Nichols)’로 낸 초기작 중 하나라서 그런 게 아닌가 싶다.

그렇다고 그게 그렇게까지 불만족스러웠느냐 하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 조금만 더 신경썼다면 훨씬 더 좋았을 것 같아 아쉬움이 남기는 하나, 단순한 구도와 캐릭터가 주는 직선적인 이야기에는 또 그만의 매력이 있고, 그걸 풀어내는 저자의 필력 역시 상당하기 때문에 나름대로 재미있게 볼 수 있었다.

주인공의 대사에서 기인한 제목은 의외로 꽤 의미심장한데, 엔딩이 미묘한 여운을 남기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이게 이들의 뒷 이야기가 어떻게 될지 더욱 궁금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