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앤 라모스(Joanne Ramos)’의 ‘베이비 팜(The Farm)’은 대리모 문제를 흥미로운 이야기로 그려낸 소설이다.

표지

생명윤리라는 측면에서 대리모는 논란이 많은 문제다. 그래서 기존에도 아이의 진짜 엄마를 가리는 일명 솔로몬식 엄마찾기 이야기 같은것이 꽤 나오곤 했었는데, 그런 것들이 대게 대리모 문제의 극히 일부분만을 부풀려 극화했던 것과 달리 이 소설은 인간과 사회 전반을 아우르는 내용을 담아내서 굉장히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저자가 잘한 것 중 하나는 대리모 문제를 여러 인물들을 통해 다양한 관점으로 담아냈다는 거다. 단순하게 1차원적인 생명윤리 뿐 아니라, 인종문제가 어떻게 나타날 수 있고, 자본과 소위 사회 계급의 차가 어떤 차별로 이어질 수 있는가도 정말 잘 그렸으며 그것들을 하나의 이야기속에 어색하지 않게 잘 어우러냈다.

특히 인권이 어떻게 보다 무시되고 유린당할 수 있는지를 소름끼치게 그렸다. 합법이라는 가면을 썼을 뿐 마치 공장 기계처럼 다뤄지는 대리모들은 절로 노예를 생각나게 하는데, 엄연히 기업으로서의 형태를 하고 있고 계약을 통해 진행된다는 점을 통해 대리모들이 마치 모든 걸 스스로 선택한 것처럼 착각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더 질이 나쁘다.

냉정하게 약간 떨어져서 살펴보는 대리모들의 실상은 절로 혐오감을 불러일으킨다. 소설 속 이야기가 상당한 현실감을 띄기에 더 그렇다. 소설에서는 당장의 현실과는 달리 미묘한 경계를 계속해서 허용해줌으로써 그들이 그러한 문제점의 끝으로 치닫을 수 있게 했는데, 그 경계라는 것이 현재도 일부 나라나 지역에서는 법적 해석이 갈릴수 있을 정도로 미묘하기도 하다. 그래서 더욱 머지않아 합법적인 아기 농장이 생길 것만 같은 끔찍한 느낌을 들게 한다.

가상의 인물과 상황을 설정하고 그로부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지만, 소설 속에 담긴 여러 이야기들은 현재도 만연하고 있는 인종/계급간의 갈등이나 아메리칸 드림 따위로 얘기되는 이민문제 등을 노골적으로 보여준다. 그것이 더욱 현실을 되돌아보게 만든다.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