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늑대의 다섯 번째 겨울’은 시베리아 늑대의 눈물겨운 겨울나기를 담담하게 그려낸 소설이다.

표지

시베리아 바이칼호 근처에서 살고있는 늑대에겐 몇가지 불문율이 있다. 하나는 눈 없이 다가오는 마르고 추운 다섯번째 겨울을 조심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다른 하나는 인간과는 결코 맞서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그 둘이 무엇보다 죽음과 가까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어쩔 수 없이 맞서야 할 때가 있다. 맞서지 않아도 죽음을 피할 수 없을 때다. 그럴 땐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가족을 위해서 죽음을 무릎쓰고 행동해야만 한다.

이 소설은 그런 상황에 처한 푸른 늑대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늑대의 입장에서 그렸기에 조금은 판타지같은 느낌도 드는데, 내용 자체는 상당히 현실적으로 그려졌다. 심지어 작가가 늑대들의 상황이나 심정을 특별히 감정적으로 묘사하지 않아서 더 그렇다. 그래서 조금은 냉정하고 날씨만큼이나 건조하게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그들이 죽음을 마주하는 자세가 순순히 받아들이고 체념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 또한 자연의 흐름이라면서 말이다. 하지만, 거기에는 ‘포기’가 아닌 ‘희망’도 담겨있으며 또한 가족과 무리를 위한 ‘희생’도 엿볼 수 있어 묘하게 현대인들에게 삶에 대한 자세를 돌아보게 만들기도 한다.

짧은 동화같기도 한 이 소설은 어떻게보면 전형적인 이야기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그림과 함께 꽤 보는 맛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