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 올리리(Beth O’Leary)’의 ‘셰어하우스(The Flatshare)’는 집 공유를 소재로 만나게 되는 두 사람과 그들 주변의 이야기를 그린 소설이다.

표지

먼저 소재가 좀 독특하다. 소설 속 동거는 한국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형태라서다. (다른 픽션이나 해외 소식 따위에서도 꽤 들어봤단 걸 생각하면, 외국에서는 별로 특별한 것은 아닌 듯하다.) 심지어 ‘서로 보지 않는다’를 제1 규칙으로 하는 동거라니. 과연 이 동거가 이들에게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궁금했다.

만족스러웠던 것은 저자가 그걸 굉장히 잘 풀어냈다는 거다. 어떻게 보면 억지스러울만한 조금은 과한 설정도 인물간의 관계나 개인의 성향 등으로 설득력 있게 풀어냈고, 그로부터 벌어지는 일들도 조금은 느린 호흡을 통해 서서히 진행해 나갔기에 꽤나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두 사람의 성격은 어떻게 보면 극과 극이라 할만큼 다른데, 그게 의외로 합도 잘 맞았다. 그건 그들 주변 사람들 역시 마찬가지다. 그래서 때론 진지해졌다가, 유쾌하게 웃기도 하고, 같이 한숨을 쉬기도 하면서 긴 내용을 단숨에 읽어나갈 수 있었다.

서로 다른 두 사람의 이야기를 나누어, 각자의 시선에서 1인층으로 그린 것도 좋았다. 그게 두 사람의 이야기와 심정을 이해하는데 더 적합했기 때문이다. 각자의 이야기를 기술한 형태를 다르게 한 것도 재미있었는데, 그 정도가 크지는 않지만 묘하게 각자의 성격을 드러내는 것 같기도 했다.

이야기도 좋았다. 어찌보면 전형적이라 할 수 있는 로맨스이고, 세부적인 것들도 딱히 그 자체로 새롭거나 특별했던 것은 아니지만 이야기의 흐름과 굴곡을 잘 짠데다 그 가운데서 각각의 캐릭터도 꽤 잘 살렸기 때문에 보는 맛이 좋았다.

서로 다른 몇가지 이야기가 함께 진행하기에 때때로 분위기가 확 달라지기도 하나 그렇다고 유별나게 튀어 어색하거나 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톡톡 튀는 발언들은 재미를 더해주기도 하고, 오글거리는 장면 역시 ‘어우~’하면서 귀엽게 봐줄만 했다.

연인관계에 있어서 한번쯤 생각해보면 좋을 이슈를 다루는 것도 좋았는데 단지 메시지 전달을 위해 어거지로 넣은 게 아니라 이야기 전체에 녹여서 잘 풀어낸 것도 마음에 들었다.

다만, 패미니즘적인 언급들은 좀 거슬리기도 한다. 분명 이야기만으로도 충분히 상황을 알만한데도 구태여 한마디를 더 덧붙인 모양새인데다, 심지어 그게 지나치게 노골적이기까지 하기 때문이다. 독자들에게 ‘반드시 이렇게 생각해야 해’라며 불편하게 밀어붙인다는 말이다.

그에 반해서 정작 문제의 중심에 있는 인물에 대한 이야기는 적어 그들의 관계나 이렇게 된 상황에 대해서는 뿌연 회색지대를 느끼게도 한다. 당연히 따라야 할 이해와 공감 저 너머에 희미한 의문과 변명거리도 함께 남긴다는 말이다.

주요 이슈인 가스라이팅(Gaslighting)도 그렇다. 그로인한 결과를 분명하게 규정해 놓고 시작하는 것과 달리 그게 어떤식으로 행해졌는지를 명확하게 보여주지는 않는데, 그게 이걸 조금 뜬구름 속 애기처럼 느끼게도 만든다. 관련 경험이 없는 사람이라면 ‘그런 게 먹히겠어?’ 싶게 한다는 얘기다.

가스라이팅이 어떤 것이며 왜 잘못된 것인지를 보이고, 그러니 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도를 담으려 했던 것이라면 살짝 실패한 셈이다.

문제의 인물을 단편적으로만 묘사한 것은, 그의 태도가 후반에 갑작스레 바뀐 것처럼 보이게도 하는데, 전과 어울리지 않는 이런 모습은 캐릭터가 붕괴된 느낌을 주기도 했다.

이렇게 된 것은 새로운 만남과 그를 통해 이뤄가는 것들이 더 중요해서 그런게 아닐까 싶다. 만약 그렇다면, 그 외 것들은 충분히 생략될 법 하기 때문이다. 그게 이미 용어가 붙었을 정도로 유명한 것에 관한 거라면 더욱 그렇다. 심지어 이 소설은 그것 자체를 진지하게 다루는 사회 비판 소설이 아니라, 로맨스가 아니던가.

다만, 그로인해 생긴 점들 때문에 마음껏 분노하거나 한쪽으로 치우쳐 공감할 수만은 없었던 것이 조금 아쉬울 뿐이다.

이 리뷰는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가제본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