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긱 이코노미(The Gig Economy: The Complete Guide to Getting Better Work, Taking More Time Off, and Financing the Life You Want)’는 정규직이 사라지는 비정규직 시대를 예상하고, 그런 시대에서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 살펴보는 책이다.

다이앤 멀케이 - 긱 이코노미

긱 이코노미는 직업이 사라지고 일만이 남는 시대다. 말하자면 정규직 몰락의 시대, ‘대 비정규직의 시대’다. 미국은 이미 이러한 시대에 들어갔는지도 모른다. 일과 직업을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던 과거에도 Job과 Career를 구분했을 정도니까 말이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아직 크게 실감 나지 않는 얘기다.

예로 든 것들이 모두 미국의 것이라 더욱 그렇다. 한국과는 상황이 좀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잘 이입이 되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이는 읽는 내내 그러해서, 만약 책을 완전 현지화해 각각을 한국 실정에 맞춰 다시 썼으면 어땠을까 싶었다.

그렇다고 전혀 공감하지 못하겠다는 건 아니다. 한국에서도 그런 사회로 가는 징조가 보이긴 하기 때문이다. 직장인들의 은퇴 시기가 빨라지는 게 그 하나다. 그러니 중년의 직장인에게 정규직 몰락의 시대는 남의 일이 아니다. 직장에서 밀려나고 나서 남는 건 비정규직 일자리뿐이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이 책은 약간의 가이드가 될 수 있다.

사실 이 책에서 제시하는 10가지는 꼭 긱 경제에서만 유효한 건 아니다. 자신이 진정 원하는 인생은 무엇인지 깊게 다시 생각해보고, 자신의 삶을 조정하고, 미래를 예상하고, 인생의 위험성을 낮추기 위해 행동하라는 것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더 많은 저축 같은 것 말이다. 이는 사실 정규직 시대에도 필요하던 거였다. 다만, 워낙 경제 사정이 좋다 보니 굳이 신경 쓰지 않았던 거지.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자기 관리를 위한 무난한 자기계발서라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자기계발서로서 어떠냐와는 상관없이 책을 읽는 내내 씁쓸했는데, 그건 책에서 보여주는 앞으로 올 비정규직의 시대가 얼마나 힘들고 빡빡할지 눈에 선했기 때문이다. 작가는 그걸 애써 외면한 채 긍정적인 면만을 쓰려고 한 것 같았다.

예를 들어, 작가는 긱 경제가 안 좋은 직업을 더 나은 일자리로 바꿀 기회를 제공한다고 하는데, 또 다른 문맥에서는 좋은 일자리인 정규직이 줄고 있다고도 한다. 좋은 일자리가 줄고 있다면서 어떻게 더 나은 일자리로 바꿀 수 있다는 건가. 안좋은 일자리 중에서 그나마 나은걸 말하는건가.

긱 경제 사회가 더 유연한 일자리 형태를 제공하고 그로 인해 휴가 등을 짜넣은 개인의 계획에 맞춰 일할 수 있을 거라 하지만 그것도 계획에 맞게 일을 구할 수 있었을 때의 얘기다. 모두가 그럴 수 있으리라고 보는 것은 너무 낙관적인 생각이다. 지금도 인력은 넘쳐나고, 그러나 자기 사정에 맞게 선택할 수 있는 건 대부분 안 좋은 일뿐이다. 결국, 야심차게 짠 계획도 일이나 자금 때문에 제대로 실행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현재 한국에서 작가가 말하는 긱 경제 스타일의 직업이라 할 수 있는 프리랜서를 보면 명백하다. 계약 단위로 일하고 나머지는 모두 자유 시간인 프리랜서다. 하지만, 그들의 현실은 그렇게 “프리”하지 않다. 정규직도 그렇지만, 프리랜서 역시 쉰 기간이 길면 업주 측에서 ‘무뎌지진 않았을까’ 의심하기 때문이다. 조금이라도 미심쩍다면 다른 프리랜서도 많은데 굳이 공백 기간이 있었던 사람을 쓰고 싶어하진 않는다. 학생이 취업할 때 졸업 후 공백 기간이 길면 이상하게 보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래서 실제로는 프리랜서를 해도 가능한 쉬지 않고 일하게 된다. 유연성이라고 해도 정규직보다 조금 더 긴 휴가를 보낼 수 있다는 것뿐, 일 일정에 맞춰 개인 일정을 짜야 한다는 면에서는 큰 차이가 없는 거다.

그래서 향후 올 긱 경제, 즉 ‘대 비정규직 시대’가 나는 썩 좋아 보이지 않는다. 그게 완전히 새로운 경제 체제인 게 아니라, 지금의 연장선에 있으면서 방식만 정규직에서 비정규직으로 바뀌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 때 업체들이 어떻게 나올지도 대충 예상이 된다. 부정적이라는 말이다. 인구 증가로 일하고자 하는 자는 더욱 늘지만, 그 기회를 취할 수 있는 자는 계속 적을 것이기에 더욱 그렇다.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준비하면 된다지만 그걸 준비하는 게 어디 나 하나뿐이겠는가.

비정규직 시대는 많은 사람이 골고루 고통을 분담해야만 하는 시대가 될 가능성이 크다. 비정규직으로도 생활을 할 수는 있겠지만 생활 수준은 대폭 축소해야 할 것이다. 작가도 말한다. 저축을 늘리고, 소비는 줄이고, 보다 작은 생활에 만족하라고. 자율성은 있겠지만 사실상 누리기 힘든 반쪽짜리 자율일 것이며, 과 경쟁상태이므로 주도권 역시 전보다 더욱 회사가 쥐게 될 것이다. 대기업의 수주에 목을 매야 하는, 그럼에도 버림받고 자살하는 중소기업들의 이야기가 이제는 개인의 이야기가 될지도 모른다.

긱 경제는 어쩌면 그런 회사만을 위한 사회를 만들지도 모른다. 비정규직으로서의 삶도 기존 정규직으로서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도록 하는 사회 제도적인 보완이 없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