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우스 아풀레이우스(Lucius Apuleius)’의 ‘황금 당나귀(The Golden Ass)’는 고대 로마 작가가 쓴 인류 역사상 최초의 장편 소설이자, 오늘날까지 원본이 완전하게 보전된 유일한 라틴어 소설이며, 세계 최초의 액자 소설이다.

표지

루키우스라는 주인공이 일인칭 화자로서 이끌어가는 이 소설은, 가장 비천한 동물이라는 당나귀가 되면서 겪은 본인의 모험과, 그 과정에서 보고 들은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직접 겪은 이야기 뿐 아니라 들은 이야기도 실었기 때문에 소설은 액자식 구성을 하고 있는데, 이게 다양한 이야기를 하면서도 전체 줄거리는 해치지 않는 장치가 되준다. 또한 현실적인 이야기 뿐 아니라 신화적인 이야기를 넘나들어도 어색하지 않도록 해주기도 한다.

‘현실적’이라고는 했지만, 기본적으로 이 소설은 ‘환상 문학’에 가깝다. 마녀와 마법이 있어 주인공이 다른 생물로 변화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신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신은 단순히 사람들 입에서 오르내리는 것 뿐 아니라 생각과 행동에 영향을 끼치기도 하며, 실제로 등장하기까지 한다. 그래서 이 소설은 신화의 연장선상에 있기도 하다.

소설의 문체도 지금과는 사뭇 다르다. 보다 사실적인 표현과 대사를 추구하는 현대의 것과는 달리 이 소설은 일부러라 할 정도로 오래된 문어체로 되어있다. 이게 꽤나 연극적인 느낌을 준다.

이런 여러가지 특징들이 현대의 소설과는 사뭇 다른데, 그렇다고 어느 하나가 뒤떨어진다거나 한게 아니라 각자가 다른 매력이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나름 유별나다 할 수 있는 이런 특징들은 그러나 그리 거부감을 일으키지는 않았고, 신화적인 이야기들도 나름 매력이 있었다.

그리스 신화를 주로 접했기에 로마식 신 이름이 나오는게 조금 어색하기도 했는데, 그런 사람들을 위해 부록으로 매칭되는 신 이름을 수록해논 것도 괜찮았다.

이야기의 끝은 마무리라하기엔 아쉽기도 하고, 다분히 종교적이어서 조금 호불호도 갈릴 듯 하지만, 최초의 소설이라 할만큼 오래됐는데도 여전히 재미있다는게 놀랍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