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라이데 다카시(平出 隆)’의 ‘고양이 손님(猫の客)’은 어느날 찾아온 고양이와의 만남을 차분하게 담아낸 소설이다.

표지

시작은 우연히 옆집이 고양이를 주운 것이었다. 사랑스럽다고 생각하면서도 그 고양이를 직접 들이지 않은 것은 순전히 타이밍이 어긋나서일 뿐만 아니라 집 문제도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이를 그리 크게 생각하지 않았지만, 고양이가 담을 지나 이쪽으로 건너와 밥도 먹고 잠도 자고 하면서 점점 그 때의 순간이 아쉬움으로 남게 된다.

이 소설은 그렇게 함께했던 고양이와의 순간들을, 때론 고양이와는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개인 주변 이야기들을 섞어가며, 29개에 걸쳐 나누어 엮어냈다.

거기에서 실제로 고양이가 등장하는 화는 그리 많지 않고, 나오더라도 차지하는 분량은 제목이 의아하게 느껴질 정도로 적으나 그러면서도 두 사람의 삶에 깊게 관여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고양이가 참 요물이구나 싶기도 하고 그렇다.

소설이라고는 하지만, 작가의 개인 경험도 담겨있는 듯, 픽션과 현실이 묘하게 섞여있는 모습을 보이는 이 책은 언뜻 에세이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저 작가의 세상사는 이야기를 담은 연작 시리즈 중 하나인데, 이 시기에 고양이와 마음을 나눴기에 그저 그런 이유로 ‘고양이 손님’이라는 제목을 붙인 것 같달까.

그래서 딱 짜여진 소설이라기엔 어딘가 부족해 보이기도 하다. 예를 들면, 이웃과의 관계라던가, 고양이 치비와의 마지막이라던가 하는 것들이 그렇다. 이는 작가가 애초에 소설 자체를 애매하게 쓴 것처럼, 끝까지 애매모호한 상태로 남겨진다.

작가 자신의 이야기를 소설에 상당히 담았기 때문에 작가로서의 특징들도 다분히 나온다. 언어적인 묘사들 같은게 그렇다. 이 소설을 ‘일종의 하이쿠(일본의 짧은 정형시)’라고 소개하는 것도 왠지 납득이 간다. 다만 좀 어려운 것도 닮은 것은 조금 아쉽다.

작가 자신도 후기에서 이 책이 자신의 다른 책과 이어지는 글이라고 하는 만큼 그 중 일부만 보기보다는 이어서 보면 더 좋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