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지 토머스(Angie Thomas)’의 ‘당신이 남긴 증오(The Hate U Give)’는 여전히 뿌리깊은 흑인 혐오와 인종차별, 그리고 변화를 위한 행동에 대해 얘기하는 소설이다.

표지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흑인문제는 여전히 문제다. 그건 때론 오랫동안 사람들에게 뿌리내린 고정관념으로서 나타나기도 하지만, 때론 그것보다 훨씬 직접적이고 폭력적이고 나타나기도 한다. 그것도 공권력이라는 걸 통해서 말이다.

경찰이 흑인들을 유독 다르게 대한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들은 백인에게라면 하지 않을 과한 탐색과 요구를 하고, 심지어 어떤 저항이나 반항을 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구타하거나 발포를 하기도 한다. 이 소설은 그렇게 죽은 많은 흑인들의 이야기를 대변한다.

이런 얘기를 하면 혹자는 확률문제를 거론할지도 모르겠다. 총을 꺼내는 줄 알았다거나 하는 착오로 생긴 문제이니 복불복이라는 거다. 심지어 흑인이 갱에 소속되거나 마약을 파는 등의 문제자가 많으니 더 방어적으로 행동하게 된다는 얘기도 할법하다. 단지 자기 자신을 보호하려다가 그렇게 됐다는 얘기다. 하지만, 그게 비무장인 어린아이가 손쉽게 죽어나가는 것을 설명해주진 못한다. 또 설사 그가 그런 사람이라고해도 거리에서 갑자기 사살될 정당성을 부여해 주는 것도 아니다.

소설은 그런 기본적인 이야기들을 한 흑인 가족과 그들이 살고있는 가난한 동네, 그리고 그들이 알고 지내던 사람들을 통해 꽤 잘 설명하고 보여준다.

얼핏 사건과는 큰 상관없어 보이는 흑인 가족의 일상을 그린 것 역시 그들도 그런 똑같은 일상을 보내는 평범한 인간임을 보여주는 것이라 의미가 있었으며, 가족 드라마의 면모도 갖춰 꽤 볼만했다.

애초에 정치적인 의도가 담긴 것이다보니 때론 작위적이어 보이는 면들도 있기는 하나, 주제를 드러내기 위한 장치 정도라 지나치게 억지스럽다 할 정도는 아니었다.

사건이 일어나고 목격 증언을 하면서 벌어지는 일이나, 다양한 사람들이 얽히면서 복잡해지는 이야기도 나름 나쁘지 않게 잘 마무리했다.

번역은 좀 아쉽다. 전체적으로 이해못할 문장이 있거나 그런 것은 아니나, 뉘앙스 같은게 죽은 느낌이 있어서다. 예를 들어, ‘유감이다’고 할만한 곳에서 ‘미안하다’고 하는가 하면, 깜둥이처럼 비하하는 말을 했을법한 부분에서도 전부 뭉뚱그려 ‘흑인’이라고 하기도 했다. 그래서 오가는 말이 좀 맞지 않고 어색한 경우도 더러 있었다.

터그 라이프(Thug Life)처럼 미국 흑인 사이에서만 유행하는 문화 용어에 주석을 달지 않은 것도 아쉽다. 지역 등에 대해서는 주석을 달아놨던데, 이건 왜 빠뜨렸는지 모르겠다. 그냥 넘어가도 될만한 것도 아닌데, 그렇다고 책을 보다 인터넷 검색을 해야하는 건 좀 아니지 않은가. 터그 라이프를 조금 다르게 해석한 ‘The Hate U Give Little Infants Fuck Everybody’도 원문 병기없이 번역만 해놓아서 이게 대체 터그 라이프랑 어떻게 연관이 있는건지도 알 수 없게 해놓았다.

이것들은 모두 조금만 신경썼으면 훨씬 나았졌을 것들이라 더 아쉬움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