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하리’는 동명의 실사 드라마를 만화 형식으로 재구성한 책이다.

표지

투니버스의 애니메이션 시리즈인 신비아파트의 외전인 ‘기억, 하리’는 기존에 애니메이션에서는 보여주지 못했던 모습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일종의 능력자 배틀물같은 모습을 보이는 원작과 달리 신비나 고스트볼도 없고 주인공(특히 하리)의 능력도 좀 더 평범해져서 얼핏보면 신비아파트와는 상관없는 일반적인 학원 공포물같아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굳이 그런걸 신비아파트 시리즈로 내논것이 좀 어색하기도 하지만 원작에선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모습과 이야기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는 나름 외전으로서의 역할을 잘 하고 있다고도 할 수 있을 듯하다.

이야기의 성격만큼이나 배경도 원작과 차이를 보인다. 시기도 (기준은 정확하지 않지만) 본편에서 4년 후를 그린 것이라고 하는데, 이는 아마도 드라마 제작 과정에서 좀 더 많은 시청자를 확보하기 위해 나이를 올리면서 그렇게 된게 아닐까 싶다.

이야기는, 비록 원작을 좋아했던 팬이라면 낯설 수도 있겠지만, 호러물로서는 나름 나쁘지 않은 편이다. 특히 독자의 착각을 유도하고 뒤에 반전을 보여주는 전개는 전형적이지만 잘 먹히기도 하고, 나름 긴장감과 재미를 주기도 한다. 다만 그걸 그렇게 잘 살린것은 아니라서 뒤돌아보면 어색한 점들도 많다. 단장, 등장인물들의 실제 관계를 생각하면 중간 중간에 나오는 호러 장면들이 왜 나오는 건지 설명이 안되기 때문이다. 이런 개연성이 부족은 아쉬움이 남는다.

편집도 썩 좋지만은 않다. 그래서 나름 TV 드라마 장면을 잘 활용하기는 했으나, 애초에 드라마와 만화의 작법은 많이 다르구나 하는 생각도 많이 들게했다. 드라마에선 괜찮았던 장면이나 효과음, 연출이 만화에는 안맞거나 제대로 드러나지 않기도 하고 드라마에서의 내용을 살리려고 했던 시도들이 만화로선 어색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호러 분위기를 내던 음향을 의성어로 표현한게 대표적이다. 연기를 담지 못해 적은 의태어들도 너무 잦고, 폰트도 장난스러워 호러 분위기를 해치기도 한다. 결국 TV 드라마를 제래도 살리지도 못하고 만화 그 자체로도 좋지않은 어중간한 모습이 되지 않았나 싶다. 그래서 좀 더 만화에 맞게 각색하는 건 어땠을까도 하는 생각도 든다.

이런 단점들은 대부분 이 책이 드라마의 요약본이라서 그런 것이기도 하다. 무려 12화나 되는 이야기를 180여쪽에 모두 담으려 하다보니, 일반 만화였다면 연출을 위해 다수의 컷을 사용했을 장면도 단지 한컷만에 끝내버리기에 그 장면의 느낌이나 의도를 제대로 전해주지 못했다.

그래도 전체 내용은 나름 잘 담은 편이다. 내용이나 호러물로서의 연출은 부족한 점이 있어서 드라마를 본 사람에게도 아쉬움은 남겠지만 만화처럼 각색된 내용으로 보는 것은 또 새로운 느낌도 있다. 그래도 2가 나왔을 때는 좀 개선되길 바란다.

참고로, 보너스로 수록된 만화 컷은 꽤 좋았다. 작화 자체도 괜찮고, 원작 애니메이션의 주인공들의 성장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기 때문이다. 드라마툰이 아니라 진짜 만화로 그렸으면 어땠을까 싶은 생각도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