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스 알베르토 우레아(Luis Alberto Urrea)’의 ‘빅 엔젤의 마지막 토요일(The House of Broken Angels)’은 한 맥시코 가족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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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도 엔젤(천사), 그것도 ‘빅 엔젤’이니 마냥 따뜻한 가족 이야기일 거라고 생각했다면 조금 놀랄지도 모르겠다. 왜냐면 이 망가진 천사(Broken Angels)의 가족들은 속된말로 좀 막장스럽기 때문이다. 그들의 관계도 그렇고, 그들이 하는 행동도 그렇다.

하지만, 솔직히 문화 차이를 좀 이해하고 봐야할 것 같다. 당장 이들이 내뱉은 저속한 욕설들도 우리가 흔히 보는 ‘한국어 욕설’같은 그런 느낌이나 의미는 아니기 때문이다. 때로는 퇴폐적이어 보이는 이들의 관계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그 선이 어느정도인지 모르는 입장에서는 솔직히 조금 쎄보이는 것도 사실이었다.

이야기는 암 선고를 받은 빅 엔젤의 생일과 어머니의 장례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그를 위해 가족이 모이면서 데 라 크루스 집장을 하나씩 소개하고, 서로간에 있었던 이야기를 풀어놓는가 하면, 때로는 마치 고해성사를 하듯이 과거를 떠올리기도 한다. 그러면서 힘겹게 가족을 위해 살아왔지만 그렇다고 썩 좋은 아버지라고도 할 수 없었던 빅 엔젤과 가족들의 마지막도 시끌벅적하면서도 담담하게 담아냈다.

이 소설은 암 선고를 받은 가장과 가족의 이야기이고, 가족을 돌아보게 하는 이야기라고 해서 딱히 감동적으로만 흘러가지도 않고, 결코 즐겁지만 않았던 과거를 얘기하기도 한다고 해서 묵직하게만 이어지지도 않는다. 오히려 전체적으로 그런것들마저도 마치 농담을 던지는 것처럼 가볍게 쓰였으며, 실제로 웃음을 머금게 하는 장면들도 꽤 있다. 그래서 생각보다 편하게 볼 수 있다.

맥시코 대가족의 이야기는 아무래도 공감할 수 있는 점이 적기는 하나, 그들이 보여주는 가족간의 모습이나 감정의 오감 등은 문화의 차이와는 상관없이 가슴에 와닿는 게 있다. 어쩌면 저자 자신이 멕시코인 아버지와 미국인 어머니를 둔 멕시코 출신으로 남아메리카와 미국에서 생활한 경험이 있기에 그것들이 녹아들어 더 생생한 가족의 이야기를 보여준 게 아닌가 싶다. 그래서 (한국인이라 더욱) 딱히 접점이 없는 이야기인데도 불구하고 묘하게 읽고 나서는 나 자신의 가족을 다시금 떠올려보게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