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밀리 킹(Emily R. King)’의 ‘백 번째 여왕(The Hundredth Queen)’은 타라칸드라는 가상의 제국에서 벌어지는 신화적인 이야기를 담은 판타지 소설이다.

표지

동명의 시리즈(The Hundredth Queen Series) 첫번째 책인 이 책은 제국의 왕 라자 타렉의 기념할만한 마지막 백번째 부인과 그를 결정짓는 서열 토너먼트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있다. 그러면서 시리즈의 배경이 되는 제국의 모습과 그곳의 문화적 배경, 그리고 사람들의 이야기도 자연스럽게 풀어냈다.

타라칸드 제국은 마치 로마 제국에 중동 문화를 덮어 씌운 것 같은 나라다. 그래서 콜로세움과 전투노예 등 중세 서양을 강하게 연상케 하면서도, 또한 동양적인 신비로움도 보여준다. 작가는 이 둘을 꽤 잘 섞어내서 매력적으로 다가오게 만든다.

이는 중세 역사와 판타지를 섞은 것도 그러하다. 실제 역사를 참고했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잘 짜여진 이야기에 신화적인 판타지적인 요소를 더했는데, 이것들이 서로 어색하지 않게 맞물려있기 때문에 서로가 서로에게 양념을 쳐주는 듯한 느낌도 든다.

소설 내용을 일부 담고 있으므로 주의 바란다.

물론, 몇몇 장면에선 아쉬움도 있었다. 예를 들어, 주인공의 로맨스는 두 사람에 대한 관심과 반응이 극과 극으로 갈리는 모습을 보이지만, 왜 그렇게 된 것인지 납득할만큼 설득력 있는 장면이나 감정선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그래서, 마치 첫인상의 편견이 그대로 굳어져 버린 연애 초짜의 ‘첫눈에 반한 사랑’ 같은 풋내를 풍긴다. 물론 뒤에 가서는 그것이 더 좋았다는걸 뒷받침 해줄만한 얘기도 나오기는 하나, 그 때는 이미 결정이 끝난 뒤라서 뒷받침이라고 하기는 좀 그렇다. 심지어 다른 사람들의 행위를 나쁘게 보면서 비판하기도 했던 그녀였기에, 더욱 ‘이 무슨 내로남불 짓거리’인가 싶기도 하고. 이런 생각이 들지 않도록 좀 더 초반 세사람의 관계를 신경써서 그렸더라면 좋았을 것을 아쉽다.

여성이 주인공인 이야기이며 제국의 배경에 가부장제, 남존여비 느낌이 있기도 해서1 페미니즘 적인 면도 여럿 보이는데, 그것이 소설에 자연스럽게 녹아있는 것이 아니라 때때로 작가가 일부러 메시지를 던지려는 듯 들이미는 것 같아 어색하기도 했다. 이야기 자체만으로도 충분했을 것 같은데, 조금은 욕심을 부린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뒤에 감춰진 이야기들도 너무 손쉽게 드러나는 것 같았다. 그래서 겨우 그정도로 드러날 비밀이 그렇게까지 철저히 감춰질 수 있는 거였나 싶기도 하다. 비밀이 비밀스러운 맛이 없다는 얘기다. 그래서 이 진행의 어설픔이 그 흥미로운 이야기에 온전히 몰입하지 못하게 만들기도 했다.

그래도 전체적인 이야기나 문장력도 나쁘지 않고, 읽기 시작하면 끝까지 달리게 만들만큼 흥미로우며 나름의 흡인력도 있었다. 판타지적인 요소도 개인적으로 나쁘지 않아서, 재미있게 볼만한 요소이기도 했다. 이것은 물론 한편으론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는데, 그렇기에 더 다음 이야기에선 어떻게 작용할지 기대도 해보게 한다.

  1. 굳이 따지자면 성별에 의한 차이라기보다는 계급과 돈에 따른 차이라고 보는게 더 정확하지만, 그런 권력을 쥔 자가 대부분 남성이므로 이렇게 보아도 큰 무리는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