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 S. 호버트’의 ‘보이지 않는 도시, 퍼머루트 1부: 공중에 떠 있는 집’은 독특한 능력자들의 세계를 그린 모험 판타지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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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드는 생각 중 하나는, 꽤나 익숙하다는 거다. 왜냐하면 기존의 대중적인, 마법과 우정이 함께하는 어린이 판타지 모험극에서 많이 봐왔던 설정같은 것들을 여럿 사용했기 때문이다.

주인공이 중요한 존재라는 건 말할 것도 없고, 현실 너머에 감춰진 세계가 존재한다는 것이라든가, 일반인들과 구별되는 외형을 갖추고 특별하고 신기한 힘을 사용하는 것, 누구나 공감할만한 말 그대로 악역인 인물의 등장과 주인공들과의 대립, 꽤나 노골적으로 등장하는 흑막, 보통이라면 외면할지도 모르는 어려운 길을 가려하는 극히 정의로운 주인공 등 많은 것들이 꽤나 클리셰적이다.

다만, 그것들을 그대로 답습한 것이 아니라 새 시리즈만을 위한 새로운 설정과 세계를 만들고, 등장인물들에게 개별적인 캐릭터와 서사를 부여했으며 그를 통해 자연히 맞물리며 이야기가 흘러가게 만들었기에 익숙하면서도 또한 온전히 새로운 이야기로 느껴진다.

시리즈를 위해 새롭게 만들어낸 세계과 마법 설정도 흥미로운 편이다. 일반인인 ‘폴로’와 구별되어 완전히 다른 문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마법사 ‘라이톤’의 존재와 폴로와 라이톤의 미묘한 관계는 이들의 근원이 되는 배경 즉 창세신화에도 관심을 갖게 한다. (후속작에서 이런 내용이 다뤄질지 궁금하다.)

새로운 용어와 배경 설정을 이야기와 함께 조금씩 풀어나가는 걸 잘 해서 설명조로 지루하게 한다든가 또는 이건 뭔가 하며 의문스럽게 만들지 않으며, 이야기의 전개도 자연스러워서 처음부터 끝까지 매끄럽게 읽힌다.

엄밀히 따지자면 좀 허술해 보이는 지점도 있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등장인물들이 가진 서사와 능력을 적절하게 사용한 편이라서 크게 이상하거나 잘못된 것처럼 느껴지지는 않는다.

주인공인 ‘이안’의 서사를 중심으로 가족간의 사랑과 친구끼리의 우정, 옳은 것을 위해 기꺼이 최선을 다한다는 정의로운 마음 같은 것들도 잘 담았다.

몇몇 캐릭터는 베일에 가려져 있는 등 서사가 좀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기도 하는데, 그건 이 이야기가 시리즈의 시작을 여는 것이라서 그런 것이라 그렇게 아쉽지는 않다. 다음 이야기에서 그것들이 어떻게 작용하고 또 밝혀지게 될지 기대할 수 있어서다.

겹쳐진 세계라는 것은 완전히 동떨어진 시간과 공간을 상정하는 중세시대물이나 이세계물같은 것보다 현실과의 접점이 있기 때문에 더 흥미롭다. 그래서 이런 연결성은 계속 갖고있는 게 좋은데, 폴로들의 세계를 ‘퍼머루트’까지의 여정에만 한시적으로 이용되는 곳이 아니라 앞으로도 연결되어있는 세계로 그리는 것 같아 맘에 든다.

이후 이야기는 라이톤들의 세상인 퍼머루트에 폴로들의 세상이 포함되며 무대가 넓어져서, 과연 두 세계에서 벌어지는 어떤 사건들이 어떻게 이어지며 하나로 이어질지, 그러면서 등장할 새로운 캐릭터는 누구고, 그 중에 힘 없는 폴로이면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인물도 있을지, 다소 미지근하게 끝났다고 할 수 있는 ‘블락’들과의 대립이나 얼핏 공존할 수 없을 것 같은 두 라이톤 무리의 의견차는 어떻게 될지, 과연 중립 세력같은 또 다른 무리도 있을지, 처음부터 너무 강한 듯 보이는 주인공의 능력은 과연 어디까지 성장할지, 자칫 파워 인플레같은 문제가 생기지는 않을지, ‘룩스’에 대한 예언은 무엇이었으며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게 될지, 많은 것들을 기대하게 한다.

새 시리즈의 시작을 나쁘지 않게 연 것 같다. 부디 이후 이어지는 이야기도 마무리까지 괜찮게 이어지길 바란다.

이 리뷰는 책세상맘수다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