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로’는 시간과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SF 소설이다.

표지

소설은 미로를 중심으로 한 2041년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를 중심으로, 과거에 있었던 일에 대한 회상이나, 그의 아버지인 닥터 클린워스가 쓴 소설 등을 오가면서 때로는 현실에 대해서도 의심하게 만들며 이야기를 전개한다.

그 과정에서 작가는 소설 자체와 ‘인터벤션’이라는 게 오가는 구성을 사용해 이야기를 진행해 나가는데, 이 마치 영화 코멘터리같은 서술은 마치 소설 속 소설 같기도 하고 설정집 같기도해서, 이게 지금 소설을 보고 있는 것인지 뭔지 더 묘하게 느끼게 하기도 했다.

소설을 더욱 독특하게 만드는 이 ‘인터벤션’은 장점 뿐 아니라 단점도 확실하다. 이야기 진행만으로는 쉽게 알 수 없는 과거나 속사정 등을 알 수 있어 이해를 돕기도 하지만, 중간에 시시때때로 끼어드는 이 구성이 이야기의 흐름을 끊을때도 있기 때문이다. 그게 뒤돌아보면 ‘별 진행은 없었네’ 싶게 해서, 조금 장황스럽지 않나 싶은 생각도 하게 한다.

이야기는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한 SF 소설인 만큼 여러 발전된 장치나 개념들이 등장하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썩 미래과학적이라는 느낌이 들지는 않았는데, 그건 소설속에 등장하는 여러 개념이 조금은 판타지 적이고 기억이나 인간, 신, 운명 등에 대한 이야기도 철학적이고 종교적인 느낌이 강했기 때문이다. 그게 때때로 이 소설을 난해하게 느끼게도 했다.

그래도 소재나 그걸 이야기로 이끌어가는 방식은 그렇게 나쁘지 않아서, 과연 뒤에는 무엇이 숨겨져 있는지, 사실과 진실은 무엇일지 계속해서 궁금해하고 상상하게 만들었다. 그게 중간중간 ‘이러면 어떨까’ 싶은 생각의 가지를 펼치게도 만들기도 했고, 그와는 다른 작가의 이야기를 보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꽤 흥미로운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