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키 얼릭(Nikki Erlick)’의 ‘이 안에 당신의 수명이 들어 있습니다(The Measure)’는 수명을 알게됐을 때 벌어질법한 상황을 꽤나 잘 그려낸 소설이다.

표지

탄생과 종말, 삶과 죽음은 무엇보다 신비한 미스터리이며, 그렇기에 계속해서 인간이 알고자 하는 것이기도 하다.

인간의 삶만으로 한정해서 생각한다면, 그래도 탄생의 순간은 분명하고 언제일지도 꽤나 근사하게 유추할 수 있기도 하다. 그러나, 죽음만은 (심지어 큰 병에 걸렸다 하더라도) 좀처럼 예상하지 못하는데, 탄생이 비교적 분명하고 유일하다 할 수 있는 행위에 의한 결과인 것에 반해, 죽음에 이르는 경우나 조건은 헤아릴 수 없을만큼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사람들은 꽤 빈번하게 죽음을 분명히 알 수 있는 미래, 또는 상황을 가정하길 좋아한다. 유전자 분석을 통해 예상 수명을 측정한다는 식의 SF라든가, 신적인 존재가 죽음을 예언하는 것 같은 것이 대표적이다.

이 소설은 그런 대중적인 소재를 그대로 가져온 것에 가깝다. 심지어 죽음의 시기가 보장되는 것처럼 그렸기에 절로 유사 소재의 드라마 ‘이웃집에 신이 산다(Le Tout Nouveau Testament, 2015)’를 떠올리게도 한다.

그렇다고 이미 익숙했던 소재와 이야기를 반복하는 지루한 소설이냐 하면, 전혀 그렇지는 않다. 같은 소재라도 그것을 풀어내는 방식과 그를 통해 보여주는 이야기가 다르기에 소설은 기존 것들과는 또 다른 재미를 준다.

짧은 끈을 받은 사람들이 어떻게 무엇때문에 죽음에 이르게 되는가는 좀 고전적인 방식으로 풀어냈는데, 그게 닭이 먼저냐 닭알이 먼저냐 다소 혼란스럽게 만들기도 한다만 또한 모든 상황과 개인 성향같은 조건 등이 차마 그렇게 될 수밖에 없도록 완벽하게 짜 맞춰져 돌아간다고 느끼게도 하기에 이야기 구성과 전개가 꽤나 좋아 보이게 한다.

여러 사람을 주인공으로 삼아 그들이 받은 끈의 길이와 처한 상황, 그리고 각자의 이후 대처 등을 보여주면서, 단지 특별한 상황이기 때문에만 벌어지는 게 아니라 현실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 같은 인간 드라마를 보여주는 것도 좋다.

당장이라도 주변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은 인간들의 이야기는 절로 현재를 돌아보게 만든다.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