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의 기억’은 학교폭력을 흥미로운 이야기로 담아낸 소설이다.

표지

소설은 여러 인물들의 시점을 오가며, 각자의 시선에서 사건을 바라보는 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를 통해 같은 상황에서도 서로가 어떤 다른 입장이 있는지, 또 무슨 생각을 하는지 등을 담았다.

총 11개로 나눈 이야기를 작가는 마치 1인칭인 것처럼 특정 인물 위주로만 썼는데, 이게 해당 인물을 자세히 표현하는 것 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행동이나 생각을 가리는 역할도 해서 마치 조각조각 나뉘어진 퍼즐같은 느낌도 준다.

등장인물들은 모두 겉보기와는 다른 이면을 가지고 있어서 각자의 바램에 따라 조금씩 어긋난 행동을 하기도 하는데, 그게 이야기를 와전시키기도 해 미스터리같은 면모도 보인다.

이런 점들이 이들의 향방과 진실이 무엇인지 흥미롭게 만든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야기가 짧기 때문에 그런 점이 제대로 그려지지는 않았다. 미스터리가 무르익기 전에 바로 해답이 나오기 때문이다. 그것도 개별 인물의 입장에서 각자의 속내를 모두 드러내는 식으로 내놓기 때문에 진실을 알아가는 재미 같은 것은 그리 크지 않다.

가장 중요한 ‘그날’ 일의 전개가 매끄럽지 않은 것도 좀 아쉽다. 학급 전체가 체험을 하러 간거라 과연 가능할까 싶은 것을 살짝 트릭을 써서 처리했는데, 그게 이야기를 좀 작위적으로 보이게 했다. 소율을 왕따로 설정한 것도 그렇다.

학교폭력 이야기는 짧지만 많은 걸 생각하게 한다. 학교폭력 후의 일들도 과연 어떻게 해야하는지, 무엇이 옳은 것인지 생각해보게 한다.

서늘한 여운을 남기는 끝은 나쁘지 않은데, 그건 작가의 말 뒤에 이어지는 김소율의 이야기 역시 그렇다. ‘그날’의 사건이 썩 좋지만은 않은 흔적을 남기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지금이 더 좋다는 소율의 얘기에는 묘한 울림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