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럴 스티버스(Carole Stivers)’의 ‘마더코드(The Mother Code)’는 아포칼립스와 인공지능, 인간성을 소재로 한 SF 소설이다.

표지

소설은 크게 두개의 파트로 나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인류가 대충 멸망한 포스트아포칼립스 상황에서 신인류라 할 수 있는 아이들이 ‘마더’라는 로봇과 함께 세상을 돌아다니며 생존을 도모하고 자기와 같은 아이들을 찾아다니는 이야기가 그 하나고, 어쩌다가 그렇게 됐는지를 구인류 어른들을 통해 보여주는 이야기가 다른 하나다.

둘의 시기 차가 얼마 안되는 것에서 짐작할 수 있겠지만, 이 둘은 딱히 철저하게 구분되어있다거나 한 것은 아니다. 포스트아포칼립스라는 것 자체가 아포칼립스 이후를 말하는 것이니 당연하다면 당연하다. 그래도 이것을 단순히 시간 순으로 이어붙이지 않고 둘을 교차해 보여주는 식으로 흥미를 끌어올리고, 두 이야기가 이어지는 데까지 끌고가는 것을 잘 해서 딱히 신선한 소재를 사용한 것은 아니지만 꽤 나쁘지 않다.

2020년 작인 이 소설은, 2019년 이후 많은 소설들이 그래했던 것처럼 다분히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에서 영감을 받은 느낌을 풍긴다. 다만, 그것을 노골적으로 차용하지않고 나름 고전적인 소재라 할 수 있는 생화학병기와 연결지음으로써 차별점을 두기도 했다.

이게 생각보다 좋았던 것은, 인간이 인간짓을 함으로써 멸망을 초래한다는 점이라든가 계속해서 비슷한 실수를 반복하려는 것을 통해 인간의 어리석음을 절로 느끼게 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인간들은 심지어 그 이후에도 계속 헛짓을 이어가는데, 그렇기에 마침내 보다 올바른 길을 찾아내었을 때 약간의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한다.

이것은 또한 아포칼립스 상황과 그 이후의 이야기 전개를 만들고 그것들 간에 연결성을 갖게 한다. 이게 이야기가 너무 우연에 기댄 것처럼 보이지 않게 해서 결론적으로 구성이 나쁘지 않게 짜여졌다고 느끼게 한다.

물론,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이상한 것이나 의문스러운 것도 있고, 쓸데없이 나왔다가 아무 의미없이 사라지는 것이나 저자가 성의없었다고 할만한 부분도 있어 좀 밟히는 건 사실이다.

그래도 전체적인 이야기 전개는 매끄러운 편이라 잘 읽히고, ㅈ간, 바이러스와 백신, 유전자, 인공지능, BCI, 모성애 같은 소재나 구인류와 신인류, 어른과 아이같은 식으로 대비되는 요소 등을 꽤나 적절히 사용했기 때문에 끝까지 괜찮게 볼만하다.

번역은 전체적으로 무난하나 분명히 오역으로 볼만한 것이 남아있어 좋진 않았다. 문맥을 통해 유추할 수 있기는 하다만, 고유명사를 틀리는 건 좀; 교정때라도 걸러냈으면 좋았으련만 싶다.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