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잘리 Q. 라우프(Onjali Q. Raúf)’의 ‘얼굴 없는 도둑과 슈퍼히어로(The Night Bus Hero)’는 노숙자와 노숙자 상징을 흥미롭게 담아낸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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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자 문제는 오랫동안 해결되지 않은 꽤 심각한 사회 문제 중 하나다. 거기에는 노숙자가 생기게 되는, 말하자면 사회적으로 소외되는 문제가 있다는 근본적인 것에서부터, 노숙자들이 손쉽게 뜻밖의 사고를 당할 수 있다는 안전과 관련된 문제, 노숙자들에 대한 혐오와 차별같은 것이 만들어져 있다는 것 등 꽤 여러가지 것들이 있다. (당연히 그 중에는 노숙자가 범죄를 저지르는 문제 역시 있다.)

당연히 노숙자들도 그런 사회의 분위기를 안다. 그래서, 노숙자들끼리 연대해서 서로를 도와주는 등 그래도 살아나가려고 여러 노력들을 하고 있는데, 어떻게 보면 책에서도 주요한 소재 중 하나로 사용하는 ‘노숙자 상징’도 그를 위한 방편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지금은 꽤 알려진 소위 ‘노숙자 상징(Hobo Code/Sign/Symbol)’은 원래 노숙자들이 사용하는 상징은 아니었다. 애초에 이름에도 붙어있는 호보(Hobo)가 보통 생각하는 현대의 노숙자와는 좀 달랐기 때문이다. 소설에서 나오는 노숙자들도 구직을 희망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원래의 호보와는 결이 다르다.

경제침체 시기에 생겨난 호보들은 거지나 부랑자와는 달리 얼마든지 일할 의향은 물론 그를 위해 멀리까지 이동할 의향도 있는, 실업 구직자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인터넷 등이 발달한 지금과 달리 다른 지역에서 일이 있는지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어느정도 운에 맡긴채 여행길에 올라야 했고, 일을 얻기 전까지는 거지나 부랑자들처럼 적선과 호의에 기대야 했다.

그러다보면 위험을 만나 큰 곤란에 처하게 되거나, 뜻밖의 호인을 만나 편안한 쉼을 얻기도 했을 것이다. 그런 경험을 같은 길을 지날 호보들을 위해 공유하고자 고안한 것이 노숙자 상징이라 할 수 있다. 태생적으로는 전혀 부정적인 의도같은 게 들어있지 않았다는 거다.

그러나, 인간의 일이라는 건 전혀 그렇게 처음의 낙관적인 바램대로만 흘러가지 않는 법. 이런 식의 표기는 후에 실제 범죄를 저지르는데 사용되기도 했으며, 이를 소재로 영화가 만들어지기도 했었다.

그런 점에서는 이 소설도 조금 비슷하다. 노숙자와 노숙자 상징에 얽힌 부정적인 요소들이 얽힌 범죄가 일어나고 그와 관련된 사람들이 그 문제에 뛰어들게 되면서 벌어진 이야기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가 하려는 얘기는 전혀 범죄물같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런 재미는 기대할 수 없고 전개 등에서 다소 허술해보이는 부분도 있기는 하나, 문제를 쫒아가면서 단서를 모으고 추리를 하는 과정도 있고 일종의 모험물같은 모습도 보이기 때문에 이야기는 전체적으로 볼만하다.

주인공은 너무 악당처럼 설정해놓고 별다른 과정없이 좀 갑작스레 변한 것처럼 느껴지는 것도 아쉬운 점이다. 이정도로 할거였으면 좀만 더 회색으로 설정했다면 더 나았으련만. 괜한 찝찝함을 남긴다.

그래도 당초의 목적 즉 노숙자들에 대한 이해와 관심을 끄는 것은 잘 했기 때문에 따져본다면 성공적인 게 아닌가 싶다.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