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처드 폴 에번스(Richard Paul Evans)’의 ‘노엘의 다이어리(The Noel Diary)’는 상처의 회복과 화해를 그린 소설이다.

표지

소설은 조금 무거운 이야기로 시작한다. 주인공인 ‘제이콥’의 어린 시절이 다소 트라우마적이기 때문이다. 방치에 가까운 어린 시절을 보냈던 그는 결국 가족과의 연에서 벗어나 홀로 삶을 이어나간다. 비록 외로움을 느끼기도 하지만 말이다.

그랬기에 뒤늦은 어머니의 사망 소식에 이은 유산 이야기는 더욱 뜻밖의 것이었다. 어머니는 자신을 싫어했던 게 아니었나. 의문 약간, 알 수 없는 끌림 약간으로 제이콥은 어머니의 집으로 자신도 알 수 없는 답을 찾기위해 떠난다.

주요 캐릭터나 큰 갈등 요소 등은 이 소설을 전형적인 로맨스의 일종으로 보게 하지만, 소설은 사실 그보다 다른 부분들을 더 비중있게 다루고 있다. 가족의 파탄으로부터 비롯된 상처와 가려져있던 각자의 사정이라던가 가족 사이의 화해, 거기에 큰 부분을 차지하는 은혜라는 것, 그리고 종교나 사회적인 이유로 받는 기대나 압박이라던가 그로인해 억눌린 삶과 그로부터의 해방, 그리고 자신으로서의 삶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한 것 등이 그런 것들이다.

그렇다보니 로맨스의 함량은 상대적으로 적어보이기도 하는데, 둘의 여정이 불필요한 늘어짐 없이 짧게 끝나기에 더 그렇다.

그래도 둘(특히 주인공)의 심정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정도까지 잘 그려냈으며, 그들의 사연이나 이야기 전개도 크게 무리한 점이 없어 잘 읽힌다.

무엇보다 마음 한 구석을 찌르고드는 날카로운 가시가 없다는 게 좋다. 덕분에 소설은 실로 크리스마스라는 시리즈 소재에 어울리게 따뜻하고 포근하며 가족적이다.

로맨스로나 가족 드라마 양쪽 모두 무난하게 양호한 소설이 아닌가 싶다. 이번에 넷플릭스에서 영화화가 결정되었는데, 소설에서 받았던 느낌을 얼마나 잘 살려낼지 궁금하다.

한가지, 제목의 ‘노엘(Noel)’은 작중에 주요하게 등장하는 다이어리의 주인 이름이기도 하지만, 또한 그 자체로 크리스마스를 의미하는데 널리 쓰이는 단어이기도 하다. 소설에서도 크리스마스를 중요한 기점으로 활용했다. 그래서 원제는 좀 중의적으로 느껴지는데, 한국어판에서는 그런게 사라져서 좀 아쉽다.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