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혼’은 우주 전쟁을 소재로 한 SF 소설이다.

표지

SF는 일단 Science Fiction의 약자라고 얘기하기는 한다만, 때론 Science Fantasy라고 일컬어지기도 할 정도로 쫌 과학과 공상이라는 경계에서 아주 얇은 줄을 조심스럽게 타는 그런 장르라고 할 수 있다. 충분히 다가올 미래를 상상해 치밀하게 그리기도 하지만 아무리 과학적 배경 지식 등을 기본으로 하더라도 거기에 픽션적 아이디어를 더하고 상상력을 발휘해 부풀려서 만들어낸 이야기를 하다보니 과학을 넘어 공상에 가까운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SF의 번역인 ‘공상과학’은 그런 점에서 실로 장르의 특성을 제대로 집어낸 번역인 셈이다.

장르 자체가 이렇다보니 SF는 누가 어떻게 썼느냐 뿐 아니라 얼마나 과학적 상식과 상상력이 있는 사람이 보았느냐에 따라서도 또한 작품의 질이 크게 달리 느껴지는 특이한 성격을 갖고있다.

또, 언제 보느냐에 따라 그 감상이 크게 달라지는 장르기도 한다. 어떤 것은 허황되어 보였던 것이 실제로 이루어지면서 그 선구안에 놀라게 만드는가 하면, 반대로 작품에서와 같은 상상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것으로 밝혀지면서 완전히 판타지적인 것으로 전락하기도 한다는 말이다.

그런 점에서 이 소설이 무려 11년 전에 나온 것이었다는 건 개인적으로 꽤나 놀라운 점이었다. SF적인 상상력, 그로인해 변해가는 각 캐릭터들의 서사, 그리고 그런 이야기를 전달하는 힘 같은 것이 꽤 좋아서다.

물론 이건 전면적인 개정을 거쳤기 때문인 것도 있을거다. 우주함선을 타고 전쟁을 벌인다는 꽤나 옛스러운 모습이나 연출을 하면서도 판타지같고 시대에 뒤떨어지거나 촌스럽게 느껴지지는 않았던 건 그만큼 지금에 맞게 잘 개정해서 그런게 아닌가 싶다. 그럼으로써 원작을 몰랐던 지금의 독자들에게 이 작품을 알 수 있게 해준게 좋다.

기본은 바꾸지 않았다고 하지만, 그래서 11년전 원작과 개정본은 어떻게 달라진 건지, 과연 나중에 또 다시 개정본이 나오게 될지도 쪼금 궁금하다.

이 리뷰는 이북카페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