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바스찬 알바라도(Sebastian Alvarado)’의 ‘마블이 설계한 사소하고 위대한 과학(The Science of Marvel)’은 마블 영화의 여러 설정들을 과학적으로 분석한 책이다.

표지

먼저 알아둘 건, 이 책이 마블에서 나온 것은 아니라는 거다. 즉, 여기서 얘기하는 과학적인 내용들이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이하 MCU)의 공식 설정인 건 아니다. 다만, 이런 식으로 하면 영화에서의 설정이 설명 가능하지 않을까 하고 따져본 것이다.

저자는 기본적으로 MCU의 설정들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그래서 때로는 과학과 판타지의 경계가 살짝 흐려지기도 한다. 특히 영화를 볼 때 ‘이건 명백한 판타지’라고 생각했던 것을 만났을 때가 그렇다. (애초에 MCU의 세계관이 마법과 과학을 동일시한다는 걸 생각하면 묘하게 쿵짝이 맞기는 하다.)

이런 이유는 저자가 가능한 것 위주로 다뤘기 때문이다. 그래서 불가능한 부분은 살짝 제쳐두기도 하는데, 이게 얼핏보면 마치 그것도 가능하다는 것처럼 들리기도 한다. 자칫 오해를 살 여지도 있어 보인다는 말이다. 그래서 그렇게까지 철저하게 과학적으로 고찰한 책은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 그런 점은 ‘공상비과학대전’같은 책이 더 잘 했던 것 같다.

저자는 주로 쪼개서 특정 부분만 살펴보는 식으로 가능성을 따졌다. 예를들어, 스파이디 센스를 자연에서 거미가 털을 이용해 민감하게 주변을 인지하는 것에 비유하는 식이다. 그래서 얼핏보면 정말로 스파이디 센스가 있을 수 있는 능력일 것 같지만, 실제로는 인간이 그런 능력을 갖기는 어렵다. 거미와는 몸의 구조나 비례, 털이나 피부, 그와 연결된 신경 등이 다르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헐크나 캡틴도 전체적으로 놓고 보면 실제하기 어렵다.

그러나 그 안에 숨은 작은 요소들을 분석한 것은 그 자체로도 꽤 볼만하며, 영화 내에서 사용된 사소한(놓치기 쉬운) 설정들이 무엇 때문에 나왔는지도 짐작케 한다. 캡틴에게 사용된 비타레이 같은 게 대표적이다. 단지 그럴듯 해 보이려고 넣은 게 아니라 실제로 과학적으로 일리가 있는 아이디어라는 걸 알게되면 마블의 꼼꼼함에 새삼 감탄하게 된다.

저자가 독자들을 너무 과대평가해 때때로 전문 용어가 흘러넘쳐 골을 아프게도 하지만 MCU 팬이라면 한번쯤 읽어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