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이 잠든 계절’은 미스터리 스릴러와 로맨스를 적당히 섞어놓은 소설이다.

표지

적당히 섞었다고 하는 것은, 부정적인 면에서 보자면 그렇게 잘 섞인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이 소설의 가장 주요한 요소인 로맨스와 미스터리 스릴러는 그런 분위기나 요소를 담은 정도가 아니라 꽤나 각 장르의 극단에 있는 편이다. 소시오패스를 내세우며 선 없이 거침없는 범죄 행각을 다루는 것이나 다소 오글거리는 상황이나 대사들이 그걸 보여준다.

그렇기 때문에 둘을 오갈 때도 분위기가 꽤 극적으로 바뀌는 편이며, 이야기도 특정 요소를 이용해 뭉개거나, 갑작스런 고백으로 비밀을 (파헤쳐내는 게 아니라) 토해놓는 식으로 쉽게쉽게 넘기려고 하기 때문에 전개가 좀 억지스럽고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들도 있다. 소시오패스를 만능 설정처럼 사용하는 것이 대표적이며, 처음 보는 사이인데도 느끼한 반존대 작업멘트를 던지고 진한 키스를 날린다는 것도 좀 그렇다.

글의 품질이나 장르 조합의 완성도를 생각하면 분명히 좀 아쉽다는 말이다.

반대로 긍정적인 면에서 보자면, 썩 나쁘지 않은 조화를 보여준다는 말이기도 하다.

소위 달달 로맨스에서나 보던 꿀대사들은 그 반대편인 스릴러에서 사소한 것들도 더 두드러지게 하며, 반대로 소시오패스의 선을 넘은 행동들은 주인공들의 여러 작태들을 정당화해주며 다소의 불안을 가진 이들의 로맨스도 결론적으로는 보다 희망적이고 긍정적인 것으로 느끼게 한다.

애초에 여러 장르 요소를 섞고자 하는 목적인 각 요소간의 시너지는 꽤 잘 살렸다는 말이다.

여러 등장인물들이 각자 사연이 있어서 자신만의 욕망과 원칙에 따라 행동함으로써 이야기가 뜻밖의 방향에서 움직이게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이야기의 핍진성과 완성도를 끌어올릴 수만 있다면, 다음엔 더 좋은 작품을 써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