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The Sense of an Ending, 2017)’는 기록과 기억에 대한 주제를 과거 이야기를 되짚어가는 노인의 이야기로 풀어낸 영화다.

아직 개봉 전 영화(2017-08-10 개봉)이므로 가능한 줄거리와 관련된 이야기는 하지 않으려 했으나, 내용 누설에 민감하거나 선입관을 갖게 될 것을 우려한다면 보지 않길 권한다.

영화 포스터

이 영화는 단순하게 보면 정말 단순하다. 말하자면, 노인 토니 웹스터의 과거 기억에 있는 묘한 어긋남을 보여주고, 그것을 풀어나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일종의 미스터리 드라마다.

미스터리는 늘 그랬듯 부정확한 기억과 불완전한 증거가 만들어낸 합작품이고, 이것을 푸는 방법 역시 기존처럼 증거 수집과 그것을 통한 추론을 이용한다. 미스터리를 다 풀고 난 후에 정리된 듯한 느낌을 주는 것 역시 기존과 비슷하다.

그런데, 복잡하게 보면 이게 또 상당히 복잡하다. 일이 그렇게 된 이유는 등장인물들의 배경과 성격이 이상하게 맞물려서 그런 거기 때문이다. 그래서 얼핏 봤을 때는 왜 굳이 그런 선택을 한 것인지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러나 다시 거슬러 올라가 보면 왜 그런 선택을 하게 된 것인지를 설명해주는, 별거 아닌 듯 작아 보였던 요소를 발견할 수 있다. 결과를 놓고 보니 보이는 거다. 그러고 나면 이제 ‘아, 그것 때문에.’라며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게 된다.

원작 소설은 ‘2번 읽으니 사실상 300쪽1‘이라는 얘기도 있더라만. 과연 그런 건가. 어쩌면 내가 영화를 제대로 못 봐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다. 어떻게든 간신히 겉만 훑고 나왔거든; 그러니 적어도 한 번은 더 봐야, 제대로 뭐가 어쩠다 저쩠다 얘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야기와 등장인물의 대사를 통해 나타내는 주제도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왜 같은 과거를 보냈으면서도 모두 다른 추억을 갖는가’란 물음에 대한 답을 정리한 것인데, 어떻게 보면 영화를 통해 펼쳐지는 토니 웹스터의 이야기는 그 주제에 대한 한 예시를 보이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영화를 보고 나서도 한가지 이해할 수 없는 건, 대체 왜 제목이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냐는 거다. 원제목을 번역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적당히 어울리는 제목을 지어 붙인 것도 아니고. 한국어판 소설 제목이 저래서 그걸 그대로 가져온 것 같은데, 그랬든지 저랬든지 당최 왜 저런 제목인지를 모르겠다. 누구, 아는 사람?

  1. 원작 소설은 150쪽으로 분량이 적은데, 그 때문에 맨부커상 수상 시 말이 있었던 모양이다. 이에 대해 반스가 농담처럼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수많은 독자들이 나에게 책을 다 읽자마자 다시 처음부터 읽었다고 말했다. 고로 나는 이 작품이 삼백 페이지짜리라고 생각한다’. 아쉽지만, 한국어판은 243쪽이라 이 농담에는 어울리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