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나 약손(Stina Jackson)’의 ‘실버 로드(The Silver Road)’는 실종된 딸 아이를 쫒는 남자와 그곳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미스터리 스릴러 소설이다.

표지

백야가 시작되면 ‘렐레(Lelle)’는 언제나처럼 실버 로드를 달린다. 벌써 3년째다. 그의 딸이 불과 열일곱 살의 나이로 버스를 기다리다 실종된 후, 그는 그 길과 그로부터 이어지는 곳들을 모두 샅샅이 찾아 해맸다. 무려 3년의 세월이 딸에 대한 단서를 어느하나 찾지 못한채 흘렀지만, 밤을 세어 수색을 하느라 점차 피폐해져가면서도 렐레는 아직 딸을 포기하지 않았다.

소설은 여러 인물들의 시점을 왔다갔다 하면서 진행된다. 딸의 흔적(그것이 설사 죽음의 증거라 할지라도)을 찾아다니는 아빠, 새로운 가정을 꾸린 아내, 피폐해져가는 친구를 안타깝게 지켜보는 경찰관, 딸과 깊은 관계였던 전 남자친구, 그리고 그녀의 실종을 추모하는 마을사람들의 이야기는 소녀의 실종이 남긴 상처와 그를 대하는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들에 대한 묘사는 꽤나 현실적이어서 몰입감이 있는데, 특히 때때로 정신적인 흔들림을 보이기도 하는 렐레는 어떻게든 딸을 찾고 싶어하는 아빠의 마음을 잘 보여준다.

그는 사방을 수색하고 의심스러운 사실들을 발견하면 그걸 파헤치려 하기도 하는데 이런 면은 이 소설을 일종의 탐정 소설처럼 보게 하기도 한다. 새로운 인물, 새로운 사실이 드러날 때마다 새로운 가설을 떠올리지만 그건 또한 또 다른 실패로 이어지기도 하기 때문에 렐레가 맛봐야 할 절망을 한층 더 짙게 만들기도 한다.

렐레를 중심으로 한 3년전 소녀의 실종 사건과 다른 한편에서는 새로운 소녀 ‘메야(Meja)’의 이야기가 그려진다. 다른 지역에서 엄마와 함께 모종의 기대를 품고 마을에 온 소녀는 얼핏보면 3년전의 실종 사건과는 크게 연관이 없는 일상을 보내는 듯하다.

대신 마을사람들과 새로 사귀고 실종 사건에 대해서도 처음 든는 입장인만큼 자연스럽게 렐레로는 보여주지 못하는 마을 사람들의 다른 모습들을 보여주는 역할을 한다.

그렇게 보여주는 사람들은 새로운 용의자이기도 하다. 그리 크지 않은 마을이라 서로 익히 아는 사람들이지만, 그렇지 않은 메야의 시선에서는 아직 낯선 사람들이다보니 묘하게 의심스러운 부분들이 보이기도 해서 마치 납치범의 뒷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은 느낌도 들게 한다. 그래서 이들의 비밀은 어떻게 드러날지, 렐레는 과연 이것들에 닿아 딸에 관한 단서를 찾을 수 있을지 궁금하게 한다.

소설의 장점은 소녀의 실종이 사람들에게 남긴 것을 꽤나 잘 묘사했다는 거다. 사람마다 각자의 성격이나 입장에 따라서 다른 모습을 보여주어서 마치 진짜 이야기같아 몰입해서 보게 한다.

아쉬운 것은 사건이 2부에 들어서면서 갑자기 해소된다는 거다. 은근히 떡밥을 남기기도 했으나 너무 미약했다보니 좀 뜬금없는 느낌도 드는데, 그게 1부에서부터 쌓아왔던 이야기와 큰 연결점이 없어서 더 그렇다. 좀 더 렐레와의 만남이라던가, 납치범에 대한 이야기를 깔아두었다면 좋았으련만. 그렇게까지 모든 사람들을 의심하고 모든 곳을 뒤져보려 했던 렐레가 어째서 ‘그곳’을 발견하지 못했는가도 의구심이 남는다. 한마디로 미스터리 면에서는 썩 만족스럽지 않았다는 얘기다.

그래도 드라마로서는 나쁘지 않았는데, 이 쪽은 1부에서의 이야기가 2부로도 이어지며, 그게 그대로 결말까지도 연결되기 때문이다. 그들이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도 나름 이해할법해서 크게 어색함은 없었다.

결말도 잘 지은 편이다. 씁쓸함은 남지만 그렇기에 좀 더 현실감있는 마무리가 아니었나 싶다.

소설 외적으로는 ‘사라진 소녀들’이란 부제가 불만스러웠는데, 이야기와도 잘 안맞고 일종의 스포일러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굳이 이런 부적절한 문구를 덧붙일 필요가 있었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