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지 않는 노래’는 여전히 세계적인 미스터리로 남아있는 모아이 석상에 얽힌 이야기를 그려낸 소설로, 2009년 출간했던 소설을 재간한 것이다.

표지

솔직히 좀 걱정도 했었다. 이 책처럼 일부만 알려진 사실에 살을 붙여 비밀에 가려진 이야기의 전모를 그린 소설 중에는 자칫 너무 허황되어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든 것들도 많기 때문이다. 이 소설이 소재로 삼은 것이, 아직도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아있는 모아이 석상에 얽힌 이야기라서 더 그렇다.

그런 점에서 좀 미안한 생각도 든다. 이 소설이 고작 그정도는 아닐까하고 미리부터 걱정했던 꼴이었기 때문이다. 우려가 무색하게 저자는 훌륭하게 그럴듯한 이야기를 만들어 내었으며, 거기에 실제 역사적 사실까지 곁들여서 진짜같은 느낌까지 잘 살렸다.

거기엔 구성도 한 몫한다. 소설을 이루는 언어학자의 서문, 그가 소설로 다시 써낸 이스터섬 부족의 족장 이야기와 그가 노래로 읊어낸 그들의 역사, 그리고 그것들이 어떻게 비밀스럽게나마 기록으로 남겨질 수 있었는지를 담은 기록자의 말까지. 읽고나면 참 마땅한 위치에 적절하게 잘 얽었단 생각을 절로 하게 한다.

거의 상상으로 채운 섬의 역사도 흥미롭고 재미있었다. 실제로 그러한 기록이나 연구 결과가 있나 싶을 정도로 그럴듯 하기도 하다. 물론, 몇몇 부분에선 의아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대표적인 것이 인원수에 대한 이야기다. 그 정도로 압도적이라면 도저히 경쟁이 안되는 것 아닌가 싶어서다. 그러나 이것도 이미 실제 역사 속에서 그런 전례가 없었던 게 아닌지라 딱히 억지스럽다거나 하는 것 까지는 아니었다.

이스터섬의 역사를 제외한 소설 속 족장의 이야기는 사실 그렇게 낯설지 않다. 오히려 여러 식민지 노예 이야기와도 닮은 점이 많고 익숙하다. 아마도 저자가 소설을 쓸 때 그런 것들을 많이 참고한 게 아닌가 싶다. 이런 것도 이야기에 사실감을 더 실어주는 점이었다.

소설로서도 꽤 볼만했다. 평화롭던 섬에 분란이 일고, 사람들이 점차 변해가는 모습을 그린 것이나, 그렇게 쌓아온 역사가 결국 저주처럼 남아 멸망을 가져온다는 것도 꽤 흥미로운 전개였다.

대게의 원주민 이야기들이 그렇듯 자연과 사람, 사람과 사람, 그리고 문화에 대한 내용들도 꽤 묵직하게 담겨있다. 생각해보면, 그걸 노래라는 것으로 담아낸 것도 은근히 함축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