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는 힘이 세다 - 김시습의 금오신화’는 말 그대로 금오신화 읽기를 담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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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습이 지은 금오신화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금오산에서 지은 새로운 이야기라 하여 금오신화(金鰲新話)라 이름붙은 이 책은 다섯편의 작품을 담은 일종의 소설집으로, 걸출한 시인이었던 그가 특별히 써낸 소설이라는 점이나 최초의 한문소설이라는 점 때문에 자주 언급되곤 한다.

수록작들은 모두, 생육신으로서 계유정난(癸酉靖難)을 지나왔던 깁시습 본인의 이야기가 다분히 담긴, 자전적인 내용들로 이뤄져 있어서 그가 계유정난과 조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엿볼 수 있게 해주기도 한다.

이 책은 금오신화를 한글로 옮긴 것 뿐 아니라 각각의 이야기 사이에 김시습 본인과 그에게서 소설 공부를 받는 동자승 하나를 등장시킨 이야기를 집어넣어 꽤나 노골적으로 금오신화를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를 얘기하기도 한다.

이런 성격 때문에 책은 조금 학습서같은 느낌도 들긴 하는데, 당초에 자신의 심경을 소설로 적어냈던 김시습과 같이 그런 내용도 소설의 형태로 적어 마치 죽 이어지는 이야기처럼 연이어 읽을 수 있게 한 구성이 좀 재미있다.

금오신화의 수록작들은 꽤나 노골적으로 쓰였기 때문에 잘못 이해하기는 어렵긴 하나 원문이 한문소설이었다는 점과 여러편의 시가 함께 실려있다는 점 때문에 한글로 옮긴 것임에도 그렇게 잘 읽히지는 않는다.

어느정도 의도를 갖고 쓴 이야기라 그런지, 꽤 흥미로울만한 소재와 전개를 하고있는데도 불구하고 그렇게 재미있게 읽히지는 않기도 한다.

책에서는 김시습이 시나 직접적인 글 대신 소설을 택한 이유를 이야기가 가진 힘 즉 재미 때문이라고 제시하는데, 충분히 현대화된 문장으로 다시쓴 이야기를 통해 그걸 직접 느끼게 하기 보다는 그러하다는 것을 직접적으로 제시하는 해설부분을 통해 학습하듯 알게 한다는 것은 (책의 제목을 생각하면 더욱) 좀 아쉽다.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